시주석 취임 이래 보안 강조하며 국내외 첩보 능력 키워 미 CIA·FBI 합친 격 공안국이 핵심…통일전선전술 활동 강력 미중 소통 안되면 정보기관 추정으로 인한 오판 위험 커져
2013년 미 국가보안국(NAS) 용역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에서 드러났듯이 미국은 적국은 물론 동맹국들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도청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첩보 능력은 워낙 압도적이어서 어느 나라도 필적하기가 어렵지만 중국은 예외다.
시진핑 주석이 취임한 이래 10년 여 동안 중국은 국내외 첩보와 반탐 능력이 크게 강화됐다. 지난 2월 미국이 서부 해안에서 격추한 정찰 풍선 사건, 최근 폭로된 중국의 쿠바 기지 건설 등이 중국의 첩보 능력 강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국 첩보력 강화에 미중 갈등 주요인으로 부상
지난 2월 정찰풍선 사건으로 미뤄졌던 앤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이번 주말 중국을 방문한다. 연기된 이번 방문도 하마터면 무산될 뻔했다. 미 정부가 이미 파악하고 있는 내용이지만 중국이 쿠바에 미 도청기자를 건설했다는 보도가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중국은 “모르는” 내용이라고 부인했고 미 백악관은 보도가 정확하지 않다고 깎아 내렸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2019년 도청 기지를 확대했다고 확인했다.
빌 번즈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지난달 비공개로 중국을 방문해 정보 책임자를 만났다. 양 정보기관 소통 채널을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의 아시아협회정책연구센터 중국 담당 선임 연구원 라인 모리스는 “위기 소통이 1979년 이래 최악이다. 이 때문에 미중 양국이 상대방의 능력과 행동, 전략적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정보 수집 능력 강화를 중시하고 있다”면서 정보 수집 강화 노력 자체가 “미중 관계에서 새로운 갈등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공안국 대외 비밀 기지 다수 운영
시진핑 주석은 전임자들보다 더 강력한 외교정책을 추구해왔다. 미 길포드대 정치학 궈쉐지 교수에 따르면 중국은 동시에 “정보 능력 강화, 기술 현대화, 여러 정보기관 간 조율의 개선”을 추진했다.
중국의 정보 활동은 인민해방군과 공안국, 공산당 부서가 담당한다.
1983년에 만들어진 공안국은 해외 정보활동과 국내 반탐활동을 동시에 담당한다.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와 연방수사국(FBI)을 합한 것과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안국은 미국보다 월등히 많은 비공개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전 세계에서 쿠바 도청기지와 같은 비밀 기지를 다수 운영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중국내 CIA 활동 크게 위축
공안국의 중국 국내 정보활동은 훨씬 더 강력하다. 시주석은 권력을 굳히면서 갈수록 더 보안을 중시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또 기존의 감시망을 통한 주민 감시망이 구축돼 있다.
CIA 분석관 출신 존슨은 시주석에 권력이 집중되면서 신뢰할 만한 정보 소스가 줄었기 때문에 “미국의 중국내 첩보 활동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으며 그만큼 필요성도 더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의 강력한 국내 감시망도 미국의 정보활동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CIA의 중국 내 활동은 중국정부가 2010년부터 2년 동안 수십 명의 정보원을 적발해 처형하거나 투옥한 이후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민간 기업들도 공산당 통제 받아
중국 공산당의 통일전선전술과 첩보 활동이 겹쳐지는 것도 우려되는 측면이다.
통일전선전술은 중국의 많은 민간 기업과 비 정부 단체들, 전 세계 개인들을 상대로 전개돼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고 능력도 막강한 것으로 우려한다. 화웨이사와 틱톡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 사례다. 이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국 정부가 경제 비밀 정보를 수집하고 미국 민주주의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하는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이 같은 우려가 과장되면서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미 법무부는 지난해 3년 동안 진행한 중국 이니셔티브를 중단했다. 학자들을 통한 기술 유출을 차단하기 위한 정책이었으나 기소한 사건들이 대거 기각되면서 중국계 미국인에 대한 편견이 작용했다는 비판을 받은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의 지적재산권 훔치기에 주력해왔다. 미 전략국제연구소(CSIS)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0년 이래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벌인 첩보 활동을 보도한 224건 가운데 거의 절반 가량이 사이버를 통한 첩보 활동이었으며 나머지 절반 이상은 상업 기술 획득을 위한 것이었다.
◆중국의 강화되는 반격
중국은 미국의 국제 감시망이 더 잘 알려져 있다면서 중국에 대한 비난이 이중 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중국 국가사이버보안국이 지난달 발표한 “해킹 제국: 미 중앙정보국”이라는 보고서에서 중국은 미국이 1980년 인터넷을 확산시킨 것이 외국 정부를 뒤업기 위한 “색깔혁명”을 위한 정보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미국에서 생산된 인터넷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단체와 기업 및 개인들이 CIA의 위장 ‘요원’으로 활용돼 CIA가 전 세계 첩보 활동을 압도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미 정부가 지난달 중국 국가 소속 해커가 미국의 주요 기간시설 망에 침투했다고 밝히자 중국 외교부가 이달 초 미국이 지난해 800번 이상 대형 정찰기를 출격시켜 “중국을 염탐했다”고 반격했다.
◆이제는 왕복 차선
전문가들은 미중 사이의 정보전을 둘러싼 갈등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숨진 요원들” 존 T. 다우니의 죽음과 중국내 CIA의 정보 전쟁“의 저자 존 딜루리는 ”중국의 능력이 강화되면서 1차선이 2차선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해외 정보 능력이 오래도록 미국에 뒤졌으나 미국 본토를 하늘에서 감시하는 수준으로 커졌음을 지적했다.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 목적이 소통 채널 복구인 점과 관련해 딜루리는 ”소통이 적으면 양국의 정보기관들이 더 많은 추정을 하게 된다. 오판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