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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과 외박하다 2살 아이 굶겨 죽인 엄마…집엔 빈 소주병 30개

입력 | 2023-06-16 12:36:00

2살 아들을 사흘간 홀로 방치해 숨지게 한 친모/뉴스1


20대 엄마가 남자친구와 사흘간 외박하는 등 1년간 60차례나 혼자 방치된 생후 20개월 아들의 사망 당시 자택 사진이 재판에서 공개됐다.

인천지법 형사15부(류호중 부장판사) 심리로 16일 열린 2차 공판에서 검찰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24)의 아들 B 군(2)이 숨졌을 당시 모습과 자택 사진을 공개했다.

해당 사진에는 B 군이 상의만 입은 채 천장을 본 상태로 숨져 있는 모습이 담겼다. B 군의 얼굴과 목 주변에는 구토한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있었고 얼굴과 몸 부위가 변색한 상태였다. B 군은 사망 당시 키 75㎝, 몸무게 7㎏로 또래 평균보다 발육도 매우 좋지 않았다.

검찰은 “당시 주거지 상황을 보면 거실에 30병 가량의 빈 소주병이 있었고 밥솥에는 누렇게 변한 밥이 있어 위생적으로 좋지 않아 보인다. 냉장고 상태도 참혹했고 싱크대에는 전혀 정리되지 않은 설거지 거리가 가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아과 전문의 소견으로도 또래 평균보다 발육이 좋지 않은 B 군은 62시간 넘게 극한 상황에서 버틸 체력이 없었다. 아이를 장기간 방치했을 때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는 피고인 진술로 미뤄봤을 때 미필적 고의는 인정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지난 1월 30일 오후부터 지난 2월 2일 새벽까지 사흘간 인천시 미추홀구 빌라에서 아들 B 군을 방에 혼자 두고 외박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A 씨는 2021년 5월에 B 군을 낳았다. 부부싸움이 잦아지면서 남편은 지난해 1월 집을 나갔고, A 씨는 당시 생후 9개월인 아들을 혼자 키우게 됐다.

처음에는 낮이나 새벽에 1시간 정도 잠깐 아들을 집에 혼자 두고 동네 PC방에 다녀오는 정도였던 A 씨는 PC방 방문 횟수가 한 달에 1∼2차례에서 지난해 8월 5차례, 9월 8차례로 점차 늘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이제 갓 돌이 지난 B 군은 집에 혼자 남겨졌다.

A 씨는 나중에는 외박까지 하게 됐다. 처음 외박한 지난해 5월에는 밤 10시쯤 PC방에 갔다가 다음 날 오전 6시 넘어 귀가했다.

지난해 11월부터 남자친구 C 씨를 사귀게 되면서는 잦은 외박이 시작됐다. A 씨는 지난해 11월 9일 아들을 집에 혼자 둔 채 C 씨와 강원 속초로 여행을 갔다가 18시간 뒤인 다음 날 오전에야 돌아왔다.

닷새 뒤에도 27시간 동안 아들을 방치하고 집을 비웠고, 외박 후 집에 들어왔다가 2시간 뒤 다시 나가 또 외박한 날도 있었다.

아들 B 군은 크리스마스 날에도 오후 8시부터 17시간 넘게 혼자 집에 방치됐고, 새해 첫날에도 엄마가 남자친구와 서울 보신각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이 집에 혼자 남겨졌다.

A 씨는 지난해 12월에 10차례, 지난 1월에는 15차례 아들만 혼자 두고 집을 비웠다. 백화점에 다녀오느라 B 군을 12시간 넘게 방치하기도 했다. A 씨는 지난 1월 30일 오후에도 아들만 둔 채 남자친구를 만나러 집을 나가 사흘 뒤인 2월 2일 새벽에야 귀가했다.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지난해 1월부터 1년간 B 군이 집에 혼자 방치된 횟수는 60차례이며 이를 모두 합치면 544시간이라고 밝혔다.

사망 당시 B 군은 혼자서 음식을 제대로 챙겨 먹을 수 없는 생후 20개월이었지만 사망한 B 군의 옆에는 싸늘하게 식은 김을 싼 밥 한 공기뿐이었고, 결국 탈수와 영양결핍 증세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엄마 A 씨에게는 아동학대살해 혐의와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유기·방임 혐의 등이 적용됐다. 하지만 A 씨는 구속 기소된 이후 아직 한 번도 반성문을 법원에 제출하지 않았다.

검찰은 또 B 군이 2021년 3분기까지 ‘e아동행복지원사업’ 대상에 포함됐으나, 2021년 10월 이사 후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관리대상에서 제외된 사실도 확인했다.

B 군은 사망 당시 예방접종 미접종, 영유아건강검진 미검진, 가스요금 체납 및 가스중단 등 4종 이상 위험징후 발견에도,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탓에 관리를 받지 못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