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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 가져갈 것도 아니고”…90세 한종섭 여사, 10억 기부

입력 | 2023-06-16 15:40:00

고려대의료원에 10억원을 기부한 한종섭 여사. 고려대의료원 제공.


90대 어르신이 실 공장을 운영하며 모은 재산 10억여 원을 의학 발전 기금에 써달라며 고려대의료원에 기부했다.

고려대의료원은 9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 옥외정원에서 한종섭 여사(90)를 비롯해 윤을식 고려대 의무부총장, 한승범 안암병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종섭 정원’ 명명식을 가졌다고 16일 밝혔다.

한 여사는 한국전쟁으로 가족을 여의고 18세에 월남해 동대문구 용두동에서 남편과 오랜 기간 실 공장을 운영하며 가계를 꾸려왔다. 2021년부터 고려대의료원에 의학 발전을 위해 써달라며 10억 65만 원의 기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사는 “죽을 때 돈을 가져갈 것도 아니지 않나”며 “기부로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게 훨씬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평생 일궈온 노력의 결과를 뜻깊은 곳에 전하게 돼 기쁘다”며 “많은 이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행복하게 사는 세상이 더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 여사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성북구 주택도 사후 의료원에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고려대의료원은 안암병원 본관 앞 정원을 ‘한종섭 정원’이라 이름 붙여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을식 의무부총장은 “한종섭 여사의 순수하고 올곧은 정신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줬다"며 "이번에 명명된 ‘한종섭 정원’은 이곳을 찾는 많은 교직원과 내원객들이 여사님의 마음을 느끼는 공간으로 영원히 사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