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발사한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의 잔해가 서해에 추락한 지 15일 만에 인양돼 1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해군 2함대사령부로 이송,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평양 모란봉구역 만수대언덕에 위치한 천리마 동상. 하늘을 나는 모습이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천리마 1형’이라고 명명한 우주 발사체 잔해물이 16일 우리 군에 의해 인양된 가운데, 인양된 발사체 일부의 표면에 ‘천리마’가 아닌 ‘천마’라는 글자만 새겨져 있는 것이 확인됐다. 북한의 발표와 실제 발사체에 적힌 내용이 다른 것이다.
합동참모본부가 전날인 15일 오후 전북 군산 어청도 서남방 200여㎞ 해역 수심 약 75m 해저에서 들어올렸다고 밝힌 잔해물은 길이 약 12m, 직경 2~3m 크기의 원통형 물체로, 북한이 발사했다는 ‘천리마 1형’ 로켓의 2단 추진체로 추정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31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천리마 1형’에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어 발사했으나 1단 추진체 분리 뒤 2단 추진체 고장으로 발사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사 장면을 공개하면서는 발사체 이름이 식별되기 어렵게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 당시 사진으로도 이날 확인된 천마의 그림과 글자 위치는 2단 추진체에 적힌 것으로 추정되기는 한다.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에 따르면 천리마는 ‘하루에 천리씩 달리는 말(千里馬)’이지만 김일성 주석이 “이것은 우리의 오랜 조상 때부터 빨리 달린다는 상징적 술어로서 쓰였다”라고 언급하면서 김 주석의 ‘교시’에 맞게 쓰여온 것으로 보인다.
천마(天馬)를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하늘의 말’, 혹은 ‘하늘을 나는 말’로 천리마의 뜻과는 차이가 있다. 북한도 자신들의 사전에 천마를 ‘전설에서, 옥황상제가 하늘에서 타고 달리는 말’과 ‘아라비아에서 나는 좋은 말’을 이르던 말이라고 두 가지 정의를 병기했다.
다만 북한이 통상 천리마를 선전화와 동상 등에서 날개가 달린 채 하늘로 솟구치는 듯한 모습으로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북한 사회에서는 천리마도 ‘하늘을 나는 말’로 통칭해 천마와 같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이 탑재된 위성 탑재부까지 장착이 돼야 ‘천리마’이고, 위성 탑재부를 제외한 발사체에 ‘천마’라는 별도의 이름이 붙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즉 북한이 ‘천마’ 운반체로 서로 다른 위성을 발사할 때마다 전체의 이름이 ‘천리마-1형, ’천리마-2형‘ 등으로 붙여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4월18일 국가우주개발국 현지지도에서 “기상관측위성, 지구관측위성, 통신위성 보유를 ’선점 고지‘로 정해 재해성 기후에 대비하고 나라의 자원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이용해 인민경제의 과학적 발전을 강력히 추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그는 그러면서 “다양한 위성 개발이 가속화되는데 맞게 ’표준화된 믿음성 높은 운반로켓‘ 생산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며 위성 발사장들을 훌륭히 건설해야 한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여기서 나온 ’표준화된 운반 로켓‘이 ’천마‘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북한이 천리마 1호의 발사 실패 이후 추가 위성 발사나 재발사 계획에 대해 밝히지 않으면서 ’천마‘의 의미를 명확하게 파악하기는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남한에서 다양한 분석이 제기될 경우 직접 ’설명‘에 나설지 여부도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정찰위성 관련 ’중요시험‘을 진행한 뒤 한미가 이를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으로 분석하고 전문가들이 위성의 능력을 ’조악하다‘라고 평가한 것에 대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로 자신들의 기술력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한미를 비난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