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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사람이 없다”…러시아, 우크라 침공 여파 노동시장 ‘최악’

입력 | 2023-06-16 17:00:00

올 1분기, 1998~2023년 中 인력 부족분 최고
고숙련 노동력 29%↓, 제조업 노동자도 부족
32개월 만에 실업률 6.4%→3.3%…"인력 없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노동력 부족으로 국내 경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국제적 고립으로 약해진 러시아 경제는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노동자 수십만 명이 탈출하거나 징집되면서 구인난에 빠졌다.

러시아 중앙은행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러시아 기업은 가장 극심한 인력난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자료가 집계된 1998~2023년 중 가장 큰 인력 부족분이 보고됐다.

러시아 정부가 동원령을 통해 약 30만 명을 징집했고, 이 여파로 수많은 러시아 남성이 국경을 넘으면서 지난해 러시아의 출생자 수보다 사망자 수가 98만855명 많았다.

경제학자는 지난해 러시아 침공 뒤 인구 100만 명 이상이 러시아를 떠났다고 내다봤다. 이는 러시아 역사를 통틀어 1917년 러시아 혁명과 1991년 소련 붕괴 등 굵직한 사건 당시 이민 물결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러시아는 중앙아시아 인접국에서 노동력 일부를 수입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해 러시아로 유입된 노동 이민자 수가 증가했다고 밝혔지만, 고숙련 전문인력 수는 2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러시아 기업은 개발자, 기술자, 용접공, 석유 시추공 등 경제를 부양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할 인력이 부족해졌다.

제조업 노동자 부족도 여전하다. 지난 4월 러시아 제조업체의 약 35%가 노동자 부족을 보고했다. 러시아 가이다르 경제정책연구소의 월간 조사 자료와 비교하면 해당 수치는 1996년 뒤로 최악의 수치이다.

러시아 자문업체 ‘핀엑스퍼티자’는 지난해 말 러시아의 35세 미만 고용자 수는 130만 명 감소해 1990년대 초반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같은 달 러시아 실업률은 3.3%였는데, 2020년 8월(6.385%) 대비 32개월 만에 절반 수준으로 내려섰다. 이는 소련 붕괴 뒤 최저치다. 그만큼 노동 가능 인구가 적어 실업이 적게 발생한다는 의미다.

러시아 관료는 노동력 감소로 러시아 경제에 부하가 걸리고 있다고 경고음을 내고 있다.

옐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9일 “노동시장 상황이 산출량 증대에 상당한 제약이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계장치 제작, 금속공학, 채광과 채석에서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고 짚었다.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러시아 정부는 당근과 채찍을 모두 활용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재정적·사회적 유인을 포함한 인구 유출 추세를 역전할 조치를 개발하라고 지시했다. 이미 러시아 정부는 기술자를 러시아에 붙잡기 위해 세금 감면, 저렴한 대출 등 경제적 혜택을 제공한 바 있다.

정책적 유인이 러시아 국민 붙잡기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일부 의원은 러시아를 떠난 국민의 재산을 몰수하는 법안을 꺼내 들어 위협했지만, 아직 의회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