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위원장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근처에서 자전거를 들어올리는 포즈를 취했다. 중학교 때 농구를, 대학 때 스키와 윈드서핑을 시작한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때부터는 자전거도 즐기며 건강한 노년을 만들어 가고 있다. 김동주기자 zoo@donga.com
“코로나19가 퍼질 때 실내체육관이 폐쇄돼 농구를 할 수 없어 자전거로 눈을 돌리게 됐습니다. 1995년부터 잠시 타다 잊고 있었는데 거리두기를 하며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스포츠였습니다.”
이영희 위원장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근처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김동주기자 zoo@donga.com
이 위원장은 1994년 연세대 원주의대에 몸담게 된 이듬해부터 산악자전거(MTB)를 타기 시작했다. 집을 원주로 옮기면서 산이 많은 지역 특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MTB로 산을 올랐다. 1998년 미국 교환교수로 가면서 자전거 탈 기회가 없었지만 코로나19가 자전거를 그의 삶 속으로 다시 가져다 놓은 것이다. 그는 “미국에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스포츠를 즐겼고, 귀국해서는 보직을 맡아 바쁘다 보니 농구와 스키 타기도 빠듯했다”고 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최고의료책임자였던 그는 올림픽 이후에도 같이 운동하며 봉사활동을 계속하자며 2019년 결성된 ‘오싸디(올림픽 스키경기 의무지원팀 사이클 디비전)’에 합류해 자전거를 타고 있다. 이 위원장은 포장도로와 비포장을 함께 탈 수 있는 그래블바이크(Gravel Bike)를 즐긴다. “MTB는 너무 위험해 다칠 수 있다. 포장도로를 달리다 가끔 산속으로 빠져들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차로는 못 가는 곳을 가서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
이영희 위원장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근처 프로사이클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동주기자 zoo@donga.com
“강원도는 언덕과 산이 많아요. 서울 한강은 10km 달려도 상승고도가 100m도 안 되는데 강원도는 어딜 가든 10km면 100m가 넘어요. 50km 타면 500m가 되는 것이죠. 정말 자전거 타고도 살이 빠진다는 게 어떤 것인지 실감했어요.”
“자전거를 죽자 살자 타지는 않습니다. 전 풍광을 즐깁니다. 특히 아무나 가지 못하는 곳을 자전거를 타면 갈 수 있어요. 그런 멋진 곳에서 커피 한잔하는 맛, 안 해본 사람은 절대 모르죠.”
이영희 위원장(가운데)이 2007년 환갑 기념 농구를 하고 있다. 이영희 위원장 제공.
“다들 ‘바쁠 텐데 어떻게 운동하느냐?’고 묻죠. 전 운동시간을 먼저 정해놓고 제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저 사람에게 저 시간은 언터처블이야 건들지 말자’는 분위기를 만들죠. 이렇게 하지 않으면 운동을 오랫동안 즐길 수 없습니다.”
이영희 위원장(맨 앞)이 2007년 환갑 기념 농구를 한 뒤 제자들하고 함께 포즈를 취했다. 이영희 위원장 제공.
이영희 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국제대회에서 의료지원을 하고 있는 모습. 이영희 위원장 제공.
“제 전공이 척추 손상, 뇌 손상 재활의학 전문이다 보니 치료했지만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분들이 사회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죠. 그래서 운동을 시켜야겠다고 마음 먹고 휠체어 농구단을 만들었습니다. 당시 농구를 할 수 있는 휠체어 한 대가 500만 원이었습니다. 제 친구하고 강원도 장애인 스포츠 후원회를 만들어 돈을 모아 휠체어 5대를 사서 팀을 만들었죠.”
자연스럽게 장애인 스포츠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다. 이 위원장은 1998년 나가노 겨울 패럴림픽, 2002년 솔트레이크 패럴림픽 때 한국 대표팀 주치의를 맡았다. 2002년부터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의무분과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2002년부터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위원회에서 활약하며 유치와 성공 개최에 힘을 보탰다. 2013년부터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도 일했다. 2019년부터는 세계반도핑기구(WADA) 치료목적면책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런 활약 덕분에 의사로서는 드물게 체육훈장(맹호장)을 받기도 했다.
이영희 위원장이 윈드서핑을 즐기고 있는 모습. 이영희 위원장 제공.
“우리 일상생활 습관을 바꿈으로써 질병을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합니다. 매일 운동하는 습관이 중요한데 그것을 스마트폰 앱으로 관리해주는 시스템이죠. 당뇨를 예로 들면 치료의 3요소가 약을 복용하며 식이요법을 하고 운동하는 것이죠. 약은 의사들이 처방해주면 환자들이 꼬박꼬박 잘 챙겨 먹어요. 그런데 식이요법하고 운동은 잘하기 힘들죠. 그것을 스마트폰으로 관리해주는 것입니다.”
이영희 위원장이 자전거를 타다 한적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모습. 그는 이렇게 자연 속의 느긋함도 즐긴다. 이영희 위원장 제공.
“제가 몇 살까지 살 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농구를 하고 스키, 자전거를 타야 죽는 날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습니다.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게 중요합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