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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법 “배상책임 노조원별로 산정”… 아전인수 해석 경계해야

입력 | 2023-06-16 23:54:00


2010년 현대자동차 불법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들에 대해 개별적으로 배상 책임을 따져야 한다는 15일 대법원 판결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여당은 “노사관계를 파탄 낼 최악의 불법 조장 판결”이라고 비판했고, 야당은 “‘노란봉투법’의 법적 근거가 명확해졌다”고 평가했다. 재계에선 노조원들의 책임을 개별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반발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노동단체들은 노조원 개인의 배상 책임이 줄어들 것이라며 환영했다.

당시 현대차는 비정규직 노조의 울산공장 일부 라인 점거로 271억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의 판결은 노조원 4명에게 공동으로 20억 원을 배상하도록 한 원심을 파기한 것이다.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 제한의 정도는 노조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정도, 손해 발생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불법 파업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지만, 각 조합원이 얼마씩 배상해야 할지는 차등을 둬야 한다는 게 이번 판결의 취지다.

이는 ‘손해배상의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노란봉투법의 조항과 맥락이 닿아 있기는 하다. 파기환송심에서 배상액이 줄어들 소지도 있다. 앞으로 각 노조원의 책임을 어떻게 증명할지도 숙제다. 대법원은 기업에서 현행 방식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각 재판부가 제반 사정을 감안해 노조원별로 책임의 정도를 판단할 것이므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개인의 책임을 명확하게 입증할 자료가 없다면 재판부가 무슨 기준으로 배상액을 산정할지, 해당 노조원들이 이를 수용할지 의문이다.

다만 노란봉투법이 배상책임을 개별적으로 정하는 문제만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폭력·파괴 행위가 벌어지지 않는 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사용자의 범위를 넓혀 하청 근로자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단체협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쟁점 사안이 여럿 있다. 이번 판결과는 무관한 부분이다. 그런데도 마치 대법원이 노란봉투법 전체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처럼 주장한다면 침소봉대나 다름없다. 정치권과 각계가 판결을 제 입맛대로 해석하면서 혼란을 부추기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