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균 항저우AG ‘롤’ 대표팀 감독 프로 데뷔 2년 만에 선수생활 접고, 지도자로 ‘롤드컵 3연패’ 인생역전 “2018년 패배 안겨준 中이 경계 1호… AG 정식종목 첫 금메달 따내겠다”
김정균 ‘리그 오브 레전드’(롤)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이 12일 서울 마포구 한국e스포츠협회 명예의 전당에서 헤드셋을 고쳐 쓰며 9월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아경기 우승을 다짐하고 있다. 김 감독 오른쪽에는 다중노출 기법으로 촬영한 롤 ‘챔피언’(각 선수가 게임 속에서 조작하는 캐릭터)이 비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프로팀에서 이룰 수 있는 건 다 이뤘다. 이제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아시아 정상에 도전한다. 9월 항저우 아시아경기에 출전하는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롤)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김정균 감독(38) 이야기다.
김 감독은 T1 소속으로 흔히 ‘롤드컵’(롤+월드컵)이라고 부르는 ‘롤 월드챔피언십’ 정상에 세 번(2013, 2015, 2016년) 올랐다. 이 대회에서 세 번 우승한 지도자는 김 감독이 처음이었다. 김 감독은 또 국내 정상 팀을 가리는 ‘롤 챔피언스 코리아’에서도 선수와 지도자를 통틀어 가장 먼저 10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런 명지도자도 대표팀 감독 자리를 선뜻 수락하기는 쉽지 않았다.
12일 서울 마포구 한국e스포츠협회 명예의 전당에서 만난 김 감독은 “롤이 처음으로 아시아경기 정식 종목이 된 이번 대회 사령탑을 맡는다는 게 처음에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면서 “그래도 결국 감독을 맡은 이유를 설명하라면 ‘사명감’ 말고는 달리 표현할 단어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건 김 감독이 e스포츠협회와 함께 아시아경기 대표 선수를 선발하면서 ‘미드’ 포지션에 이상혁뿐 아니라 ‘쵸비’ 정지훈(22·젠지)도 함께 뽑았다는 점이다. 나머지 4개 포지션은 항저우 대표 선수가 전부 1명이지만 미드만 2명이다. 김 감독이 이번 대회 주전으로 어떤 선수를 기용할지 관심이 몰리는 게 당연한 일. 김 감독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 대회를 앞두고 경기력이 더 좋은 선수를 기용할 것”이라며 웃었다.
이상혁이 포함돼 있던 한국 롤 대표팀은 e스포츠가 시범 종목이었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결승에서 중국에 1-3으로 패해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항저우에서도 중국이 경계 대상 1호다. 김 감독은 “2020년에 중국에서 비치(vici) 팀 감독을 맡아봤고 국제대회에서 중국 선수들로만 구성된 팀도 여러 차례 상대해봤다. 중국 선수들에 대한 이해도가 남들보다 높다고 자부한다”면서 “또 이번에 선발한 한국 대표 선수들은 각자 포지션에서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자랑한다. 이들과 함께라면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이상혁, 정지훈과 함께 △톱 ‘제우스’ 최우제(19·T1) △정글 ‘카나비’ 서진혁(23·JDG) △원거리 딜러 ‘룰러’ 박재혁(25·JDG) △서포터 ‘케리아’ 류민석(21·T1)으로 대표팀을 꾸렸다. 김 감독은 “(최)우제의 활약이 가장 기대된다. 우제가 ‘큰 대회에 약하다’는 평을 듣는다는 건 안다. 하지만 꾸준히 잘하던 선수가 어쩌다 못 한 경기가 하필 중요한 경기였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확률로 따지면 우제가 이번 대회에서 잘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힘을 실어줬다.
그리고 계속해 “선수 시절 ‘이 이상 열심히 하면 죽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최선을 다했는데 우승 한 번 못 해본 게 지금도 마음에 남아 있다. 그래서 지도자로 전향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을 이끌게 되면 반드시 우승을 선물해주자’는 목표를 세웠다. 대표 선수 각자가 ‘내가 이 포지션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꼭 금메달을 들고 돌아오겠다”고 강조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롤)는톱, 정글, 미드, 원거리 딜러, 서포터 등 5개 포지션이 한 팀을 이뤄 상대 팀과 전투를 치르는 게임이다. 9월 개막하는 항저우 대회부터 e스포츠가 아시아경기 정식 종목이 되면서 전 세계 PC 게임 중 가장 많은 유저를 보유한 롤에도 ‘국가대항전’이란 개념이 처음 등장하게 됐다. 한국은 아시아경기 초대 챔피언 타이틀을 노린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