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빈살만 이미지 세탁용” 비판 최소 1년간 합병작업 중단될듯 美의회도 “PGA 면세특권 박탈”
미국 법무부가 미 프로골프(PGA)투어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의 후원을 받는 LIV 골프 시리즈의 합병이 독과점에 해당하는지 조사하기로 했다. 세계 남자 골프계의 전통 강자인 PGA투어와 사우디 자본을 앞세운 신흥 강자 LIV는 1년 가까이 대립하다 7일 전격 합병을 발표했다. 법무부의 반독점 조사 착수에 따라 양측의 합병 작업이 앞으로 최소 1년간은 중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PGA와 LIV의 합병을 두고 미국 스포츠계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인권 문제 등 부정적 이미지를 탈색하기 위해 ‘스포츠워싱(sportswashing)’을 시도하는 것이란 목소리가 높아지던 상황에서 미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 美 법무부, PGA-LIV 합병 독과점 조사 나서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법무부가 PGA투어 측에 LIV 골프와의 합병 결정과 관련해 독과점 우려가 있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앞서 14일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론 와이든 상원의원은 법무부에 “PGA투어와 LIV 골프의 합병이 경쟁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CNBC가 보도했다.
법무부의 이번 조사로 양측의 합병 계획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WSJ는 PGA투어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최소한 1년간 합병 논의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 “‘스포츠워싱’ 방관 안 돼” 美 의회도 조사
그동안 LIV 골프의 공격적인 확장을 경계하며 반독점법 위반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미 정부는 사우디와의 외교 관계를 고려해 개입을 자제해 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배후로 무함마드 왕세자를 지목한 이후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냉랭해졌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석유 거래에서 위안화를 사용하고, 중국 중재로 ‘앙숙’ 이란과 외교 정상화에 합의하는 등 중국과 밀착하는 행보를 보였다.
중국이 중동 지역 내 영향력을 확장하는 가운데 미국이 사우디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LIV 문제에 방관하는 태도를 취했다는 해석도 있다. LIV 골프와 PGA투어의 합병 발표는 이달 초 사우디를 공식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동 내 최우선 동맹국인) 이스라엘과 사우디 간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며 미국의 중동 리더십 회복을 선언한 직후이기도 했다.
하지만 미 의회가 합병에 대한 의회 차원 조사에 나서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부정적 여론도 커지면서 미 정부도 관련 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미 하원에는 PGA투어의 면세 특권을 박탈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돼 있다. 미 상원 상설조사소위원회 리처드 블루멘솔 상원의원(민주)도 12일 “PGA와 LIV에 사우디 국부펀드와 합의에 이르게 된 경위와 새로운 리그가 어떻게 운영될지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다”며 의회 차원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