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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정찰위성 2단 추진체… 軍, 온전한 형태로 인양

입력 | 2023-06-17 03:00:00

[北발사체 잔해 인양]
추락 보름만에… 한미, 공동분석 착수



인양된 北 정찰위성 발사체…  ‘천마’ 글씨 선명 군은 16일 오후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북한이 지난달 31일 쏜 우주발사체의 잔해물(2단 추진체 추정)을 공개했다. 잔해물은 길이 약 12m, 지름 2∼3m 크기로, 합동참모본부는 전날(15일) 전북 군산 어청도 서남방 쪽으로 200여 km 떨어진 수심에서 인양했다. 북한이 ‘천리마-1형’이라고 발표한 발사체엔 실제로는 ‘천마’라는 글자(발사체 중간)가 적혀 있었다. 평택=사진공동취재단


지난달 31일 정찰위성 발사 실패로 서해상에 추락한 북한의 우주발사체 ‘천리마-1형’의 잔해가 15일 인양돼 16일 언론에 공개됐다. 이날 공개된 잔해는 천리마-1형의 2단 추진체로 군은 보고 있다. 북한 발사체의 추진체를 온전한 형태로 건져올린 것은 2012년 12월 ‘은하3호’의 잔해(1단 추진체 산화제 탱크) 인양 이후 11년 만이다.

북한의 우주발사체는 사실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란 점에서 한미 공동 정밀 분석을 거쳐 구체적인 성능과 기술력 등이 베일을 벗을 것으로 보인다.

군에 따르면 해군 수상함구조함인 광양함(3500t)이 15일 오후 8시 50분경 전북 군산시 어청도 서쪽 200km 해상의 수심 75m에 가라앉아 있던 북한 발사체 잔해를 인양했다. 발사 실패 이후 보름 만에 수면 밖으로 실체를 드러낸 것. 군은 건져올린 잔해를 16일 오후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로 옮겨와 언론에 공개했다. 길이 12m, 지름 2∼3m 크기의 원통형 잔해 상단부에는 ‘천마’라는 검은색 페인트 글씨가 선명했다. 군은 곧 잔해를 국방과학연구소(ADD)로 이송해 한미 공동으로 정밀 분석에 착수할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미 국방정보국(DIA) 등 다양한 미 측 정보·국방기관 관계자들이 기술 정보 분석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군은 잔해 인양 해역에서 1·3단 추진체와 위성체 등의 탐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천리마-1형의 1·2단 추진체 분리 후 추락 과정에서 180여 개의 잔해가 우리 이지스함과 공군 레이더에 포착된 점에서 추가 잔해 확인 가능성이 높다고 군 당국은 보고 있다.





北 발사체에 ‘천마’ 글자 뚜렷… “ICBM 기술 규명할 스모킹건”


잔해 보름만에 인양
길이 12m, 직경 2~3m 원통형
수심 75m서 4차례 시도끝 올려
한미, 기술력-中부품 여부 분석

16일 오후 경기 평택시 해군2함대사령부 내 부두로 들어서자 수상함구조함 광양함(3500t)의 갑판에 올려진 거대한 원통형 물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전날(15일) 군이 서해상에서 건져 올린 북한 발사체 ‘천리마1형’의 잔해 실체의 외관이 온전히 모습을 드러낸 것.

군 관계자는 “거의 통째로 북한 추진체를 확보한 것은 2012년 은하3호 잔해(1단 추진체 산화제통) 인양 이후 처음”이라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력과 중국 등 제3국의 부품 사용 여부를 가릴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라고 말했다.

● 악조건 속 보름간 4차례 시도 끝에 성공

바로 눈앞에서 살펴본 잔해 곳곳엔 심하게 긁힌 자국이 선명했다. 인양 작업에 참여한 강성원 해난구조전대장(해군 대령)은 “심해잠수사들이 수중에서 고장력 밧줄을 잔해에 결박하는 과정에서 작업 도구와 장비들이 조류에 밀리며 스크래치가 난 것”이라고 말했다.

잔해의 양 끝단은 검은색 위장 그물로 싸놓아서 엔진과 산화제통 등 내부 구조는 볼 수 없었다. 엔진 장착 여부 등을 묻자 국군정보사 관계자는 “분석해봐야 안다”면서 최대한 말을 아꼈다.

상단부엔 ‘천마’란 검은색 페인트 글씨가, 그 위로는 천마 문양이 선명했다. 북한이 당초 발표한 ‘천리마’가 아닌 ‘천마’라고 적은 이유에 대해 군은 분석을 하고 있다. 북한에선 두 용어가 같은 뜻으로 쓰이고, 발사체의 제한된 표면 때문에 ‘천마’라고 줄여 표기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군은 빠른 조류와 탁한 시야 등 악조건 속에서 갖은 방법을 동원한 끝에 잔해 인양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수심 75m의 펄밭에 30%가량 박힌 잔해의 양끝에 ‘ㄷ’자 모양 강철고리를 걸어 인양을 시도하다가 접합 부위가 끊어지려고 하면서 중단되기도 했다. 그 부위에 고리를 다시 설치하고 심해잠수 작업으로 뚫은 새 관통구에 와이어를 걸어 광양함의 크레인으로 몇 시간에 걸쳐 최대한 조심스럽게 인양해 갑판 위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4차례의 인양 시도 과정에서 잔해 상단에 생긴 틈이 벌어진 탓에 잔해 상단부(길이 2.5m)는 완전히 떨어져 분리된 채로 건져 올려졌다. 2012년 은하3호 잔해 인양 때처럼 이번에도 해난구조전대(SSU) 심해잠수사들의 역할이 컸다고 군은 전했다. 군 관계자는 “가시거리가 50cm에 불과하고 수압이 엄청난 해저로 포화잠수해 손으로 더듬어 가면서 잔해 결박 임무를 완수한 심해잠수사들이 최대 수훈갑”이라고 말했다.

● 中 등 제3국 부품 사용 여부 규명될 듯

군은 조만간 잔해를 국방과학연구소(ADD) 등으로 옮겨 한미 공동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미 국방정보국(DIA) 예하 기관도 참여할 계획이다. DIA는 적성국의 미사일과 로켓 등의 실물 분석을 전담하는 ‘측정정보기술수집부’ 등을 운용하고 있다.

잔해 분석을 통해 북한의 ICBM 기술 진전 여부 등이 가려질 것으로 군은 기대하고있다. 2단 추진체 추정 잔해에서 화성-15·17형 등 ICBM에 사용되는 ‘백두산 엔진’이 확인될 경우 그 성능과 실체를 처음으로 규명할 수 있게 된다

2012년 인양한 은하3호의 1단 추진체 산화제통도 미 로켓 전문가 등 민관군 전문가 50여 명의 정밀 분석 끝에 엔진 구조와 성능, 자세제어 기술 등 ‘특급 정보’를 무더기로 확인한 바 있다. 일각에선 잔해 추락 과정에서 엔진 부위가 떨어져 나갔을 수도 있어 분석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추진체 추정 잔해에서 각종 센서와 자세제어 장치 등 주요 부품이 중국 등 제3국 제품으로 확인될 경우 대북 제재 위반이 드러나는 동시에 북한의 입수 경로를 두고 국제적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은하3호 잔해에선 각종 센서 등 10여 개 부품이 중국, 영국, 스위스 등 5개국에서 제작된 사실이 드러나 발사체와 위성 관련 부품의 대북 제재를 더 조이는 계기가 됐다. 중국이 우리 군의 잔해 인양 작전 인근 해역에 다수 함정을 보낸 것을 두고 자국 관련 부품의 북한 유입을 우려해 인양 작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평택=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