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항모 타격 위한 ‘눈’ 역할… 미국 위성교란무기나 요격미사일로 무력화 가능
인공위성은 말 그대로 천체 주위를 돌도록 만든 인공구조물이다. 인간 힘으로 지구 밖 우주에 뭔가를 올려놓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돈도 많이 든다. 우주개발을 시도하는 나라 대부분이 어느 정도 먹고살 만한 경제 수준을 가진 것도 이 때문이다. 5월 한반도에서는 남북한 모두 위성 발사를 시도했다. 세계 10위권 경제력을 가진 대한민국은 5월 25일 위성 8개를 실은 ‘누리호’를 성공적으로 쏘아 올렸다. 이를 시샘했는지 같은 달 31일 무리하게 위성 발사를 강행한 북한은 ‘천리마-1형’ 로켓이 서해에 추락하는 실패를 지켜봐야 했다.
희비 교차한 남북한 우주개발
북한이 5월 31일 평안북도 동창리 위성 발사장에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천리마-1형 로켓을 발사했다. [뉴시스]
북한은 최근 중국으로부터 쌀 수입을 크게 늘렸다. t당 450달러(약 57만 원) 정도에 쌀을 수입해 다급한 식량난을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이번 위성 발사 실패로 쌀 200만t을 살 수 있는 돈을 날린 셈이다. 일부 북한 전문 매체는 “북한이 발사 실패와 연속 발사에 대비해 천리마-1형 예비 기체를 여럿 만들어뒀다”고 관측하고 있다. 사실이라면 북한이 전 인민에게 ‘이밥(쌀밥)에 고깃국’을 먹일 수 있는 돈으로 엉뚱한 짓을 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모든 인민이 기와집에 살고 쌀밥에 고깃국을 실컷 먹여야 한다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 무색해지는 이런 짓을 북한은 왜 계속하는 것일까.
북한 당국은 2021년 6월 11일 조선노동당 제8기 중앙군사회의 확대회의에서 중대 결정을 내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당시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미국의 대조선(북한) 압박은 비핵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중국과의 패권 경쟁을 염두에 둔 국제정치적 전략의 일부”라고 규정했다. 김 위원장은 이런 교시에 덧붙여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돼 전쟁이 발발했을 때 중국 편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전략군 개편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 후 북한은 말 그대로 중국의 전위(前衛)가 된 셈이다.
중국과 북한은 순망치한(脣亡齒寒) 관계다. 북한은 미국의 서태평양 대중(對中) 전진 군사기지로부터 중국 본토를 지키는 완충구역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이 완충구역 역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양한 전략자산을 갖춘 후 서태평양 지역 미국 전략자산과 미 동맹국들을 견제·제압하는 역할까지 맡는다면 어찌 될까. 중국으로선 이보다 고마운 일이 없을 테다. 대만과 유사시 북한이 한미일의 군사적 개입을 억제, 차단해주거나 미·중 충돌 국면에서 북한이 한국·일본과 서태평양 지역 미군 전략자산을 대신 핵공격 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핵전력에서 열세인 중국이 미국에 직접 핵공격을 가하는 것은 말 그대로 멸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핵공격을 북한 내 일부 강경파의 돌발 행동으로 꾸밀 경우 북한 지역에 군대를 보낼 구실까지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전력 강화를 막을 이유가 없다.
北 위성은 유사시 美 항모 전단 위치 파악용
국가정보원은 만리경-1호가 1m급 해상도를 가진 광학정찰위성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가로세로 1m를 하나의 픽셀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급 해상도의 위성이 상용화된 상황에서 대단한 성능은 아니다. 하지만 북한이 추적하려는 목표물의 크기가 길이 300m, 폭 70m를 가뿐히 넘는 덩치라면 이 정도 해상도로도 충분하다. 일반적으로 정찰위성은 500~1500㎞ 저궤도·극궤도에 올려놓는다. 그래야 하루 2번 같은 지역의 상공을 지나며 정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주간 정찰용 광학정찰위성 7~8개와 야간 정찰용 레이더 정찰위성 3~4개를 발사할 경우 1시간에 한 번씩 미 항모 전단 위치를 확인하는 정찰 능력을 갖게 된다. 미 항모는 최대시속 60㎞ 정도밖에 못 내기 때문에 1시간에 한 번 위치와 항해 방향을 파악한다면 공격이 가능하다. 북한 기술력으로 구현이 불가능한 위성 정밀도는 수십 킬로t 위력의 높은 파괴력, 즉 핵탄두가 해결해줄 것이다.
위성 소프트·하드 킬 겸비한 미군
미국 우주군의 공격용 우주무기체계 ‘대(對)통신체계(CCS)’ 블록 10.2. [미국 우주군 제공]
2021년 2월 1일 주한미군 군산기지 제607항공작전센터에서 일부 공군 병력의 우주군 전속(轉屬) 행사가 열렸다. 이들은 우주군의 일부로 군산에 상시 배치돼 유사시 수송기로 배치되는 ‘대(對)통신체계(CCS) 블록 10.2’ 운용을 지원하는 임무를 맡았다. CCS 블록 10.2는 2020년 작전 운용되기 시작한 신형 무기체계다. 외형은 위성통신용 안테나처럼 생겼지만 적 위성을 무력화할 수 있는 강력한 전략자산이다. CCS 블록 10.2는 적 지상관제소와 위성 간 통신을 교란하는 소프트 킬(soft kill) 무기다. 지상관제소가 위성으로 전송하는 명령 신호와 위성이 지상관제소로 보내는 데이터 신호, 즉 업링크·다운링크 양방향 신호를 모두 교란할 수 있다.
북한이 5월 31일 발사한 우주발사체의 일부가 서해 어청도 서방 200㎞ 해상에 추락했다. [뉴시스]
로켓 쏠 돈으로 인민 먹여 살리길
미군이 동북아시아 지역에 CCS 블록 10.2를 배치한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북한이 정찰위성을 운용하고 싶어도 쓸 수 없다는 뜻이다. CCS 블록 10.2를 작동하면 적 위성에 관제소가 보내는 명령 신호가 모두 막히는 것은 물론, 위성이 촬영해 보내는 데이터도 모두 교란되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미국 ‘전략방위구상(SDI)’ 기술 개발이 한창이던 시절 옛 소련의 위성에 대응하고자 처음 개발됐다. 하드 킬(hard kill) 수단으로 위성을 파괴할 경우 우주 쓰레기 문제가 발생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기에 위성을 직접 공격하는 대신 무력화하기 위해 등장한 무기다.
미국 해군 이지스함에서 SM-3 요격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미국 해군 제공]
북한은 5월 천리마-1형 발사에 실패한 후 가까운 시일 내 기술적 문제를 보완해 다시 발사에 나설 것이라고 천명했다. 제 딴에는 핵 A2/AD를 완성해 미국에 큰소리치고, 중국으로부터 떡고물 좀 받으려는 심산이겠지만 헛수고다. 북한 지도부는 막대한 돈을 들인 위성이 유사시 무력화되는 모습을 보며 후회하지 말길 바란다. 위성·로켓 만들 돈으로 식량을 사 인민부터 먹여 살리는 게 위태로운 체제를 하루라도 연장하는 길이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94호에 실렸습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