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허술한 압박 돌파 후 하프스페이스 공략 카타르월드컵 전부터 노출된 문제…해법 시급
축구 국가대표팀이 또 하프스페이스를 공략 당했다. 하프스페이스란 축구 경기장을 세로로 5등분했을 때 양쪽 측면과 중앙을 제외한 그 사이 공간을 뜻한다. 파울루 벤투 감독에 이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도 한국 수비의 하프스페이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지난 16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페루와의 평가전에서 0-1로 졌다.
실점 장면에서 한국은 하프스페이스를 공략 당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원두재가 섣불리 압박에 나섰다가 상대 패스에 돌파를 당했다. 그러자 중앙 수비수 정승현이 그 공간을 채우려 뒤따라 압박하다 파올로 게레로와 동료의 월패스에 뚫렸다. 이에 박지수와 안현범까지 공간을 메우기 위해 중앙으로 몰렸다.
문제는 이처럼 한국 축구 대표팀이 하프스페이스를 공략 당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상대가 한국 수비의 하프스페이스 방어 취약점을 간파하고 이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이 문제는 2022 카타르월드컵 이전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9월23일 코스타리카와 평가전 당시 전반 40분 하프스페이스를 침투한 베네트를 막지 못해 선제골을 허용했다. 후반 19분에도 하프스페이스를 거친 코스타리카의 공격에 손쉽게 뚫리며 골을 내줬다.
카타르월드컵 본선 무대에서도 하프스페이스 수비가 말썽이었다. 지난해 12월3일 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 당시 전반 5분 김진수가 디오고 달롯에게 돌파를 당할 때 하프스페이스로 침투하는 리카르도 호르타를 막지 못했다. 호르타는 달롯의 컷백 패스를 받아 쉽게 골망을 흔들었다.
카타르월드컵 16강 브라질전은 하프스페이스 문제의 집대성이었다. 실점한 4골 모두가 하프스페이스 수비 문제에서 비롯됐다.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이 문제는 고쳐지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 데뷔전이었던 지난 3월24일 콜롬비아전에서 후반 1분 만에 하프스페이스로 침투한 발로예스를 막지 못했고 그 결과 쇄도하던 하메스 로드리게스에게 골을 내줬다.
콜롬비아전에 이어 이번 페루전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공략을 당하면서 하프스페이스 수비 개선이 클린스만 감독의 과제로 떠올랐다.
하프스페이스 수비를 위해서는 중앙 수비와 측면 수비 간 연계와 호흡이 중요하다. 기존 중앙 수비(김민재와 김영권), 측면 수비(김진수와 김문환 등) 사이에 협력과 호흡에 문제가 있음이 연이은 실점을 통해 드러난 측면이 있다.
클린스만 감독이 내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목표인 우승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탄탄한 수비가 필수적이다.
김민재의 기초군사훈련과 김영권의 부상으로 6월 A매치 기간 하프스페이스 수비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줄어든 가운데 클린스만 감독이 아시안컵 전까지 해법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