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 싶다’ 갈무리
과외 중개 앱을 통해 부산에서 또래 여성에게 접근해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정유정(23)이 피해자의 신분을 노리고 범행 했을 수도 있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1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정유정 사건’에 대해 다뤘다.
취재진은 먼저 ‘우발적 범행’이라는 정유정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계획적 범행’의 단서들을 확보했다.
범행 대상은 과외 앱에서 물색했는데, 접근한 사람이 피해자 한 명이 아니었다. 접근 방식 또한 동일한 패턴을 띄었다.
사건 발생 직전 정유정에게 과외 문의를 받았다는 과외 선생 둘은 한결같이 ‘혼자 사느냐’ ‘선생님집에서 과외가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정유정 요구를 거절해 피해를 면했다는 과외 선생은 “나도 원룸이 아니고 투룸에 살아서 생활 공간이 분리되어 있었으면 집으로 오라고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과외 선생은 ‘혼자 사느냐’는 질문이 보통의 과외 문의와 달라 이상함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자립한 경력 있는 사람이 아니라 돈 없는 대학생 20대 후반을 노린 것 같다. 돈이 좀 필요한 사람을 노린 것 같다”고 추정했다.
앞서 정유정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으나 돌연 “평소 범죄 수사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았고 살인에 대한 충동이 있어서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현재는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유정은 초기 진술에서 “피해자의 집에 도착했을 때 이미 누군가 범행 중이었다. 그 범인이 제게 피해자의 신분으로 살게 해 줄 테니 시신을 숨겨달라고 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한 심리 전문가는 “정유정의 진술은 당연히 거짓말이지만 그 속에서 정유정의 어떤 욕구 같은 것을 살펴볼 수 있다”며 “시신 유기 대가로 피해자의 신분으로 살게 해주겠다는 말은 정유정에게 피해자 신분이 곧 보상의 의미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전문가는 “피해자의 대학이나 전공에 대해 정유정의 동경이나 열망이 있기 때문에 피해자의 신분으로 사는 걸 마치 보상인 것처럼 여기는 것”이라고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정유정의 범행은 영화에서처럼 대학을 못 나왔다든지 하는 자신의 콤플렉스를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환경으로 내 환경을 바꾸고 싶다는 욕구를 반영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정유정이 범행 후 피해자의 옷을 입고 집을 나온 것 역시 신분세탁 욕구가 투영된 것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