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시 랑도 씨(23)가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프랭클린 타워를 오르는 모습. 랑도 씨 제공
12일 영국인 조지 킹톰프슨 씨(24)가 높이 555m의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외벽을 허가 없이 맨손으로 오르다 경찰에 붙잡혔다. “정상에서 뛰어내리며 비행하는 건 6개월 전부터 계획한 오랜 꿈”이라고 밝힌 그는 현재 출국 금지돼 경찰 조사를 받는 상황. 도심 속 ‘스파이더맨’들이 처벌과 추락의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고층 건물에 오르는 이유는 뭘까.
롯데월드타워가 많은 ‘어번 클라이머(Urban Climber·건물 외벽 등반가)’들의 ‘버킷리스트’로 꼽히는 등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12, 13일 이틀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전화로 전 세계 어번 클라이머 5명을 인터뷰했다.
지상 123층, 높이 554.5m로 세계에서 6번째로 높은 롯데월드타워 전경. 동아일보DB
● 롯데월드타워, 어번 클라이머들의 ‘인기 명소’로 부상
알렉시 랑도 씨(23)가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프랭클린 타워를 오르는 모습을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랑도 씨 제공
롯데월드타워가 인기 명소로 부상하는 이유 중에는 등반 난도가 낮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100만 명의 SNS 팔로어를 보유한 클라이머 알렉시 랑도 씨(23)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홈의 깊이와 간격, 중간에 쉬거나 포기할 수 있는지 등을 기준으로 난이도를 3단계로 분류하는데 롯데월드타워는 그중 제일 쉬운 1단계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롯데월드타워처럼 난도가 낮은 편으로 분류되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호텔 글로리에스’ 건물은 업계에서 ‘입문 코스’로 소문이 나 해마다 많은 클라이머들이 찾고 있다고 한다.
알렉시 랑도 씨(23)가 프랑스 프랭클린 타워 꼭대기에 도착한 모습. 그는 약 45분 만에 115m에 달하는 건물을 완등했다. 랑도 씨 제공
● 붙잡혀도 처벌 수위 약해…“재발 방지 대책 필요”
국내 건물 외벽 등반이 반복되면서 처벌 규정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외에서는 공공 불법 방해, 무단 침입 등으로 이들을 처벌하는 경우가 다수다. 하지만 한국은 벌금에 그치거나 처벌 수위가 비교적 약한 ‘업무 방해’나 ‘건조물 침입’ 등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 2018년 롯데월드타워를 오르다 붙잡힌 알랭 로베르 씨는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됐지만 롯데물산 측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아 11시간 만에 무혐의로 석방됐다.롯데물산 측은 어번 클라이머들로 인해 난감한 분위기다. 롯데물산 측은 “비슷한 문제가 반복돼 유감”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 1층에서부터 진입이 불가능하도록 건물 구조를 보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