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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누리꾼 기분 따라 주가가 오르락내리락”

입력 | 2023-06-19 03:00:00

상승장엔 촉매 역할 하지만
하락세 방어에는 역부족
일희일비 않는 습관 길러야




2021년 1월 미국 비디오 게임 소매업체인 게임스톱의 주가가 1주 만에 700%포인트 이상 올랐다. 그 배후로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의 토론방 중 하나인 ‘월스트리트베츠’의 이용자들이 지목됐다. 당시 게임스톱은 온라인 사업으로의 전환을 예고하며 월스트리트베츠를 중심으로 한 젊은 이용자들의 기대를 받아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대규모 헤지펀드 멜빈캐피털은 게임스톱의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 포문을 열었다. 반발한 레딧 이용자들이 게임스톱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수하며 주가가 치솟았다. 결국 멜빈캐피털은 약 250억 달러(약 33조 원)라는 처참한 손실을 보며 ‘게임스톱 사태의 최대 피해자’라는 오명을 얻었다.

게임스톱 사태는 레딧 사용자들이 어떻게 주가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지 갑론을박하는 계기가 됐다. 레딧 투자자의 표적이 된 기업들은 주가의 급등락을 거듭한다. 레딧 투자자들은 주식 거래를 게임처럼 즐기는 경향이 있다. 아일랜드, 영국, 베트남, 아랍에미리트 연구진은 2021년 1월과 2월에 월스트리트베츠에 올라온 약 1100만 개 댓글의 센티먼트(Sentiment·정서)와 타이밍이 게임스톱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 2021년 1월 20일부터 2021년 1월 27일까지 레딧 투자자의 낙관성이 커질수록 주가가 급격히 상승했다. 낙관적 센티먼트가 강해질수록 수익률이 빠르게 오르고 거래량도 덩달아 증가했다. 게임스톱 주가가 약세로 전환됐을 때는 오히려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2021년 1월 31일 이후 주가 하락기에도 레딧의 낙관적 센티먼트는 계속 유지됐지만 게임스톱 주가, 주식수익률, 주식 거래량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거나 감소했다.

2021년 2월 말 두 번째 상승장에서도 레딧의 센티먼트와 게임스톱 주가, 주식수익률, 주식 거래량 간 유의미한 양의 관계가 재현됐고, 하락장으로 전환되자 긍정적 관계가 급격히 약해지다가 사라졌다. 하락기로 접어들기 시작하면 개인투자자 사이의 팽배한 낙관주의로도 주가를 지탱하기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레딧의 낙관적 센티먼트가 상승 국면에선 주가를 끌어올려 지나치게 고평가된 가격에 매수하게 만든 반면에 하락 국면에선 내림세를 방어하지 못해 주가와 투자자 보호에 실패하는 ‘투자의 몽니’와 같은 역할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주식시장에 번지는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 문화가 낳은 부작용의 한 단면이다. 센티먼트 형성과 확산을 막거나 피할 순 없지만 센티먼트에 대한 반응은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다. 낙관적 센티먼트에 과도하게 들뜨지 말고 비관적 센티먼트에 과도하게 불안해하지 않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정리=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