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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사슬 최하위 ‘스피룰리나’, 기억력 개선 효능 밝혀져

입력 | 2023-06-19 03:00:00

국내 연구진, 식약처 인증 획득
해양 미세조류 소재로는 최초
시각 기억-어휘력 개선에 도움
“대량 생산 실증 시스템 개발해 해양 바이오 파운드리 구축할 것”



스피룰리나를 현미경으로 촬영한 모습. 


국내 연구진이 바다에 사는 미세조류인 ‘스피룰리나’ 추출물에서 기억력 개선 효능을 확인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개별인정형 원료 인증을 받았다. 개별인정형 원료란 원료의 기능성에 대해 식약처가 인정하는 것으로 인정받은 영업자만 제조, 판매할 수 있는 원료를 말한다. 해양 생물로 기능성 원료 개별인정형 인증을 받은 건 국내에서 처음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주연구소 연구진은 70대 이상 인지기능 저하 환자 180명을 대상으로 스피룰리나 추출물의 효능을 분석한 결과로 식약처의 개별인정형 원료 인증을 얻는 데 성공했다. 기능성 식품 원료로 전 세계에서 활용되고 있는 스피룰리나 추출물로 기억력과 인지 기능 개선 효능을 규명한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특히 스피룰리나를 중심으로 한 해양 미세조류를 대량으로 배양, 생산할 수 있는 표준 공정을 개발하고 실증하기 위한 해양 미세조류 산업화 지원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기능성식품 원료의 대량 생산 실증 시스템을 개발해 해양 바이오 공공 파운드리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이를 토대로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 산업화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 해양 생물로 식약처 첫 인증
해양 미세조류인 스피룰리나는 모든 생물의 먹이사슬 가장 아래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양 성분을 다른 생물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합성한다. 단백질 65%, 탄수화물 20%, 각종 미네랄 7% 등 인체에 필요한 영양소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고 인체 소화 흡수율이 95% 이상으로 높다.

해양과기원 제주연구소 연구진은 2017년부터 70대 이상 인지기능 저하 환자 180명을 대상으로 두 차례에 걸쳐 스피룰리나 추출물의 효능을 분석했다. 추출물을 3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섭취한 환자와 섭취하지 않은 대조군을 비교 분석한 결과 섭취한 환자의 경우 시각 기억과 어휘력이 뚜렷하게 개선됐다. 이 같은 임상 결과를 토대로 14일 식약처의 개별인정형 원료 인증을 얻은 것이다.

13일 해양과기원 제주연구소에서 만난 강도형 원장은 이번 식약처 인증을 얻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임상시험을 주도했다. 강 원장은 “초기 경도 인지 장애 환자의 기억 개선 원료로 해양 미세조류 유래 소재가 식약처 인증을 받은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라고 말했다.

스피룰리나는 면역과 항산화 효과, 항염증 활성 기능을 가진 건강기능성 식품 원료로 널리 활용되고 있지만 원료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강 원장은 “국내 스피룰리나 첨가 제품 원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인증으로 국산화 물꼬를 텄다”고 말했다.

스피룰리나 추출물로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을 상용화하기 위한 기술 이전도 완료했다. 기술을 이전받은 네추럴웨이는 캡슐과 환, 액상, 분말 등 다양한 제형 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허수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주바이오연구센터장이 스피룰리나 배양 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허수진 제주바이오연구센터장은 “전 세계 스피룰리나 분말 시장은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며 “2028년 약 1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미세조류 대량 생산 실증 시설 구축도 추진
해양과기원 제주연구소 연구진은 향후 스피룰리나 원료를 대량으로 배양, 생산해 산업화하기 위해 미세조류 대량 배양을 위한 생산시설 구축 및 활용기술 개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해양 미세조류 공공 파운드리를 구축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연구개발 사업으로 현재 약 4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연구진은 소규모로 스피룰리나를 배양,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운영하고 있다. 설비 운영으로 쌓은 노하우를 대량 생산 시스템에 적용 가능하도록 하는 게 이번 사업의 목표다.

박흥식 제주연구소장은 “원료가 균일하게 함유된 미세조류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결국 기업들이 관심을 갖게 되고 산업화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기업에 초기에 투자하기 어려운 대규모 파운드리를 실증하고 기술을 확보해 새로운 해양 바이오 산업을 창출하는 데 보탬이 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제주=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