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추론 ‘非지도 학습’ 기술 산업 현장 곳곳서 공정 효율 높여 LG ‘AI 탐지 기술’ 세계 최고 수준 삼성도 첨단반도체 개발에 활용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이를 접목한 스마트팩토리도 함께 진화하고 있다. 특히 따로 정답을 정해놓지 않더라도 유연하게 대응하는 ‘비(非)지도 학습’ 기술이 고도화하며 산업 현장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불량을 정확하게 분별해 냄으로써 공정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 LG, 불량 잡아내는 기술 ‘세계 최고’ 평가
18일 AI 업계에 따르면 비지도 학습 기술을 스마트팩토리 공정에 적용하는 기업 사례가 늘고 있다. 비지도 학습은 정답을 정해놓지 않고 AI가 확률에 따라 판단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A이면 B이다’와 같이 입력에 따른 결과값을 단편적으로 내놓는 ‘지도 학습’보다 수준이 높은 학습 기법이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효율적이다. 최근 AI 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은 챗GPT 등 생성형 AI도 비지도 학습을 활용한 대표 사례다. 공통점이 있는 사람과 물건을 묶어 콘텐츠나 상품 판매를 위한 타깃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도 비지도 학습을 응용한 것이다. ● 반도체, 배터리 등에서도 활용 기대
삼성전자도 차세대 시스템 반도체 등 첨단 제품 개발에 비지도 학습 기법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승현준 삼성리서치 글로벌 R&D협력담당(사장)은 지난해 11월 ‘삼성 AI 포럼’에서 비지도 학습을 통한 알고리즘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산학협력도 활발하다. 올 2월 포스텍은 모터, 엔진 등 회전기기의 결함을 비지도 학습을 통해 탐지, 추적하는 AI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회전기기의 결함 유무 및 종류를 99% 이상의 정확도로 맞힐 수 있는 기술”이라며 “스마트팩토리에서 장비·시스템의 상태를 감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유지·보수 전략을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도 현장 엔지니어의 역량에 따라 수율이 좌우되는 한계를 극복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는 작은 불량이 기업의 평판 하락 등 큰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라며 “비지도 학습 같은 최신 기술을 통해 드물게 발생하는 새로운 유형의 불량까지 검출해낼 수 있는 모델 개발의 중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