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익스트림 페스티벌’ 스틸컷. 영화에서 행사 대행사 대표 혜수(김재화 분, 왼쪽 앞)는 갑작스러운 축제 콘셉트 변경으로 벌어지는 아수라장을 수습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영화 ‘익스트림 페스티벌’은 지자체 문화재단 사업과 축제 수의계약을 둘러싼 딜레마를 다룬다. 예술과 제도의 민낯을 경쾌한 코미디 톤으로 풀어낸다.
임현석 디지털이노베이션팀 기자
게다가 혜수의 남자친구이자 대행사 이사 상민이 섭외한 초청 가수는 오지 않는다. 예전에 불미스러운 일로 퇴사한 극작가 직원 래오가 스태프 업무로 불려오는데, 툴툴대다가 일을 망친다.
여기에 망진군에서 벗어날 생각밖에 없는 지역 알바생 은채는 인턴을 거쳐 정직원이 되려고 의욕과다 상태다. 군청에서 다음 축제 기획 사업까지 따내야 하는 혜수는 군수 눈치를 보면서 중간에서 난장판을 조율해야 한다. 어떻게든 축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만 한다.
영화에선 대행사 대표는 대표대로, 스태프와 연극 배우들은 또 그들대로 개인 해법을 찾는 사람들로 설정돼 있다. 축제 자체의 본질은 차라리 부차적이고, 자기 살길을 모색하는 과정만이 담긴다. 지역 축제와 지역 극단 예술 모두 공동체 감각을 기초로 둬야 한다는 명제에서 아득히 멀어진다는 점이 역설적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당장은 자기 삶을 도모하는 것 외엔 다른 수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이 추구하는 지향점과 비루한 삶의 격차를 좁힐 방법이 보이지 않을 때 우리가 느끼는 건 애환이다.
이쯤에선 영화는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면서, 직장 생활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자신만의 문제의식과 지향점을 가지고 시작한 일이 점차 초라해지고, 또 해법이 보이지 않을 때 우린 무엇을 해야 할까. 영화는 무대를 만들고 어떤 배역이든 조금이라도 의미를 찾아내는 지역 극단 대표의 모습을 비춘다. 저마다의 개인 해법과 의미를 찾아가야 하는 상황은 막막하고 안쓰럽지만, 그래도 삶이 계속돼야 한다는 것일까. 축제가 계속돼야 하듯 말이다.
영화 초반은 블랙코미디에 가깝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여기 나오는 저마다의 사정을 이해하게 되는 것처럼 보인다. 뾰족하던 톤은 점차 둥글어진다. 이는 예술이 삶을 이해해 가는 과정처럼 느껴지지만, 유머가 무뎌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해는 된다. 영화가 예술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암시하는 만큼, 자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어느 누구도 미워하거나 조롱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담겼을 것이다.
영화는 마지막까지 농담을 던진다. 삶은 계속되고, 그게 아무리 엉망진창이어도 유머를 잊지 말아야 한다. 영화의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이 점일 것이다.
임현석 디지털이노베이션팀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