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된 브로커 조직만 10개 이상 보험사기 연루 병원도 100여곳 SNS로 공범 모집-수술 등 권유 “처벌 강화-보험금 환수 규정 필요”
올해 5월 경남 창원의 한 병원에서 허위 또는 과잉진료를 통해 보험금을 타낸 환자 40명과 병원장이 적발됐다. 보험금을 빼돌리는 과정에서 수술이 필요 없는 환자들을 병원에 소개하는 등 브로커들이 개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병원은 환자가 실제 수납한 병원비보다 부풀려진 진료비 세부내역서와 영수증 등을 발행하고, 브로커에게는 환자 소개 수수료를 지급했다. 환자들은 금액이 부풀려진 영수증과 진료기록을 보험회사에 청구해 보험료를 타냈다.
보험사기로 적발된 금액이 1조 원을 넘어서는 등 보험사기가 매년 최대 규모로 늘고 있다. 실제 누수되는 보험금은 연간 6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6년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시행됐지만, 증가하는 보험사기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 1조 원 넘어
지난해 적발된 보험사기 금액은 1조81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84억 원 증가했다. 2018년(7982억 원) 이후 꾸준한 증가세다. 적발 인원도 10만2679명으로, 2021년보다 5000명가량 늘어났다. 보험사기로 새 나가는 보험금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보험사기까지 합칠 경우 연간 6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 등에 따르면 보험사기 유형으로는 진단서 위·변조, 입원 수술비 과다 청구 등으로 사고 내용을 조작하는 수법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보험 모집종사자 및 의료기관 종사자 등이 가담한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보험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만큼 적발이 어려워 조직적으로 이뤄질 수 있고, 환자들은 불법인지 모르고 범죄에 연루돼 피해는 더 커지게 된다. 보험업계에서는 현재까지 확인된 보험사기 브로커 조직만 10개 이상이고, 이를 통해 환자를 공급받는 등 보험사기에 연루된 병원도 1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사기 알선 행위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용된다는 점도 문제다. 교통사고 보험사기 조직이 SNS를 통해 공범자를 모집하거나,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브로커들이 온라인상에서 불필요한 수술을 권유하는 등의 일이 손쉽게 일어나고 있다.
● 보험사기 형량 강화 등 법 개정 필요
줄지 않는 보험사기에 형량 등 처벌 수위를 현실성 있게 강화하고 유죄 판결 시 보험금을 반환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보험사기죄 처벌 기준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돼 있지만, 실제 처벌 수위는 소액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게 보험업계의 주장이다.
보험사기로 지급된 보험금과 보험계약에 대한 환수, 해지 규정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는 유죄 확정 판결 후 보험회사는 보험금 환수를 위한 부당이득반환소송을 별도로 제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소송 절차가 너무 길어지면서 보험사들이 불필요한 법률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데다, 범죄자의 재산 은닉 등으로 환수에도 한계가 있다. 2022년 상반기에는 보험사기 보험금 중 보험사가 환수한 금액 비율이 25.1%에 불과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징벌적으로 형사처벌을 강화하고 보험금 환수 등 경제적 제재를 강화해 경각심을 주는 한편 보험금 환수 규정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