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나 시위 현장에서 경찰과 지방자치단체는 ‘원팀’처럼 움직일 때가 많다. 집회 주최 측에서 허가받지 않은 시설물을 설치하려고 하면 지자체 소속 공무원들이 철거에 나서고, 경찰이 도와주는 식이다. 그 과정에서 집회 참가자와 경찰·공무원이 충돌하기도 한다. 그런데 17일 대구퀴어문화축제 현장에서는 전례 없는 광경이 펄쳐졌다. 도로 한복판에서 경찰과 지자체 공무원들 간에 집단 몸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이날 오전 7시경부터 대구 중구 반월당 네거리 대중교통전용지구에 약 500명의 시청·구청 소속 공무원들이 모여들었다. 퀴어축제 무대 설치를 막기 위해서다. 오전 9시 반경 행사 장비를 실은 트럭이 현장에 도착하자 공무원들이 가로막았다. 이에 경찰은 “밀어”라며 공무원들 해산에 나섰고, 공무원들은 “막아”라고 소리치며 버텼다. 행사 관계자들은 “경찰 파이팅”을 외쳤고, 반면 주변의 일부 상인들은 공무원을 응원했다. 40여 분간 이어진 난장판 끝에 대구시 측이 철수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대구시와 경찰 간에 갈등이 빚어진 것은 집회 주최 측이 주변 도로까지 사용할 수 있느냐를 놓고 의견이 갈렸기 때문이다. 도로법상 도로점용 허가권은 대구시에 있고, 통행 및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도로의 적치물을 치울 수 있다는 게 대구시의 입장이다. 시민의 통행을 보장하기 위해 행사 트럭 진입을 막으려 했다는 취지다. 반면 경찰은 집회의 자유는 헌법상 권리이고, 합법적 집회에선 별도로 허가를 받지 않아도 주변 도로 이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한 전문가는 “집회의 자유와 통행권이 부딪히는 지점인데, 법원 판례는 집회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의 시각에선 경찰과 대구시 모두 막강한 공권력을 가진 기관들이다. 양측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공권력을 행사한다면 시민들로서는 어느 쪽을 따라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질서를 유지하고 시민을 보호해야 할 공권력이 오히려 질서를 어지럽히고 시민을 혼란스럽게 만들어서야 되겠나. 경찰과 대구시는 “어리둥절하다” “무슨 코미디냐”는 시민들의 질책을 아프게 새겨들어야 한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