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 서울 송파구 방산고에서 한 고3 학생이 6월 모의평가 시간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교육부는 해당 시험 일부 과목에서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항이 출제됐다고 16일 밝혔다. 동아일보DB
교육부가 16일 대학입시 담당 국장을 대기 발령 낸 데 이어 국무총리실과 함께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한 지 하루 만이다. 6월 수능 모의평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평가원에 대통령 지시를 전달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것이 감사 이유다. 수능을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에 담당 국장을 경질한 것도, 출제기관을 감사하는 것도 모두 초유의 일이다.
교육부의 평가원 감사는 과하다는 인상을 준다. 평가원은 교육부 산하 국립교육평가원이었으나 김영삼 정부 시절 자율화 기조 속에 지금의 정부 출연기관으로 개원했다. 국무총리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지도감독을 받지만 국립 기관이던 시절과는 달리 정부로서도 업무에 관여하기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업무상 비리나 회계 부정 의혹도 아니고 단지 ‘대통령의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사를 한다니 평가원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교육부의 이번 감사가 교육적인 결과를 낳게 될지도 의문이다. 대통령이 지적했듯 수능은 교과과정 내에서 출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는 교과서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면 풀 수 있는 문제를 뜻하지 교과서에 나오는 지문과 문제만 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국어 비문학 지문’과 ‘과목 융합형 문제’를 콕 집어 지적한 만큼 이를 ‘가이드라인’ 삼아 감사와 수능 출제가 이뤄질 경우 결국 학생들이 교과서 지문과 문제만 달달 외우는 부작용을 낳게 될 수 있다. EBS 교재에서 수능 문제의 70%를 내던 시절에도 학생들이 기본 개념에 관한 이해 없이 EBS 교재의 답만 줄줄 외우는 바람에 고교 교육이 파행한 적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