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뉴시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어제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외교수장의 첫 방중이자 미국 국무장관으로선 5년 만이다. 블링컨 장관은 어제 친강 외교부장과 회담한 데 이어 오늘 왕이 공산당 정치국위원과 회동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양국 간엔 격화되는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긴장을 완화하고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가드레일(안전장치)’의 마련, 특히 소통 채널의 구축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이번 미중 고위급 대화는 지난 몇 년간 이어진 미중 관계의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될지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성사됐다. 양국 간 전방위 경쟁이 대결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이제 무력 충돌 가능성까지 우려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블링컨 장관의 방중도 올 2월 예정됐다가 중국 정찰풍선 사건으로 연기된 바 있고, 최근엔 중국의 쿠바 도청기지 관련 보도로 논란이 불거진 와중에 어렵사리 이뤄졌다.
그만큼 미중 대화에 거는 기대가 크지만 현실적으로 극적 돌파구 마련이나 관계 개선의 전환점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중국은 회담 전부터 ‘결연한 국익 수호’를 거듭 내세우고, 미국 측도 ‘긴장 관리를 위한 대화’라며 기대수준을 낮췄다. 이번 대화도 최근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방중과 양국 외교사령탑 간 오스트리아 회동의 연장선상에서 근본적 관계 개선보다는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안전판 마련이 최우선으로 논의됐다.
이런 미중 간 대화의 시동은 험악한 대결로 치닫는 세계정세의 긴장을 다소나마 낮추는 계기가 되리라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중의 긴장 완화 노력은 최근 고조된 한중 갈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아가 미중이 논의할 ‘게임의 규칙’에는 동북아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도 빠질 수 없다. 한국은 그 흐름을 정확히 짚어가며 민첩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격변의 시기에 앞서지는 못할망정 뒤처져 낙오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