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말/박애희 지음/296쪽·1만6800원·열림원
아이들의 사고체계는 어른들과 다르다. 규격화되지 않은 세계를 갖고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은 성인들에게 발상의 전환 방법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2000년대 초반에는 어린이들의 맑고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당시 아이들의 어록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이처럼 저자는 어른이 발견하지 못한 일상의 행복들을 연금술사처럼 잘 건져내는 어린이를 눈과 마음에 담기 시작했다.
어린이는 어른들을 항상 좋은 곳으로 이끄는 맑고 환한 존재다. 아이들은 자신보다 작고 약한 존재에게 흔쾌히 마음을 내어준다. 생물과 무생물을 가리지 않고 말이다. 강아지 인형이 외로울까 곰 인형을 옆에 앉혀주고,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연필을 연필깎이에 넣었다가 캐릭터가 사라질까 새 연필을 쓰지 못한다. 대상을 가리지 않는 따뜻한 애정으로 서로를 지키는 어린이를 보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는 저자. 책 속 작고 여린 존재들은 아주 강력하고 단단한 힘을 전한다.
모든 어른의 마음속에는 미처 자라지 못한 아이가 살고 있다고 한다. 판타지 동화에서 타임슬립을 한 것처럼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린 나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주고 싶을까. 울고 웃으며 부단히 성장하고 있는 나에게 ‘다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지 않을까. 어쩌다 어른이 된 어른이들도 엎어지고 깨지면서도 다시 일어나 자라는 어린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오랫동안 돌보지 못한 내 안의 작은 아이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