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 인터뷰
“한 흑인 노인이 총상을 보여주며 ‘내가 참전했던 한국이 어떻게 변했는지 정말 가보고 싶은데, 여유가 없어 못 간다’라고 하더군요. 그 순간 울컥해서 ‘제가 모든 걸 다 대겠습니다’라고 했지요. 그게 벌써 17년 전이네요.”
13일 만난 대한예수교장로회 새에덴교회 소강석 담임목사(61)는 2007년 처음으로 6·25전쟁 해외 참전용사들을 초청했을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17년째 이어진 초청 행사는 올해(17~22일 방한)까지만 국내에서 진행된다. 고령인 용사들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내년부터는 현지 방문으로 바꿔 행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새에덴교회 소강석 담임목사는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 풍요는 참전용사들의 피와 땀, 눈물로 이뤄진 것“이라며 ”그런데 점점 이런 보은과 보훈의 정신을 잊어가고 있다. 참전용사 초청행사가 우리 사회에 조금이라도 역사의식을 심어 주는 파수꾼 역할을 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세에덴교회
―17년째 초청행사를 이어오고 있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지금까지 8개국 6000여명의 참전용사와 가족, 유가족들을 초청했던데.
“그때는 제임스에게 혼자 오면 적적하니 참전용사 친구들과 함께 오라고 했다. 대여섯 명 정도 오겠거니 했는데, 50여명이 온다고 연락이 오더라. 그때 ‘아, 이걸 단순한 일회성 초청 정도가 아니라 행사로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후에는 미 한국전참전용사회 등 참전국 관련 단체를 통해 용사들을 찾아 초청했다.”
18일 경기 용인 새에덴교회에서 열린 ‘한미 참전용사 보은과 전몰장병 추모예배’에서 참전용사들과 가족, 유가족 및 참가자들이 거수경례를 하고있다. 사진 제공 새에덴교회
―초청행사를 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고 윌리엄 웨버(William E. Weber) 대령을 초청하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 웨버 대령은 강원도 원주 전투에서 한쪽 팔과 한쪽 다리를 잃었는데, 주치의가 건강상 장거리 비행은 안 된다고 해 끝내 못 모셨다. 작년 4월에 97세로 돌아가셨는데, 생전에 ‘대한민국이 발전해줘 정말 고맙다. 우리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해줬다. 군인으로서 한국을 위해 싸우다 팔과 다리를 잃은 건 최고의 영예’라고 했다.”
“폴 헨리 커닝햄(Paul Henry Cunningham) 미 한국전참전용사회 전 회장, 수류탄을 몸으로 덮쳐 부하 10여명의 생명을 구한 발도메르 로페즈(Baldomero Lopez) 미 해병대 중위 유가족 등 참전용사 6명과 가족, 유가족 등 40여명이 방한했다. 국립현충원,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 천안함 견학, 미8군 사령부와 도라전망대 등을 방문한다.”
새에덴교회 소강석 담임목사는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 풍요는 참전용사들의 피와 땀, 눈물로 이뤄진 것“이라며 ”그런데 점점 이런 보은과 보훈의 정신을 잊어가고 있다. 참전용사 초청행사가 우리 사회에 조금이라도 역사의식을 심어 주는 파수꾼 역할을 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세에덴교회
―민간이, 그것도 교회가 나서서 하는 이유가 있나.
“교회, 특히 대형교회에는 스스로 감당해야 할 사회적 역할과 시대적 사명이 있다고 믿는다.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전후세대에 애국심과 안보 의식, 확고한 국가관을 확립시키는 것이야말로 대형교회가 짊어져야 할 사명이다. 보훈병원 참전용사 위문, 교회 초등학생들의 ‘6·25전쟁 참전용사에게 감사 편지 쓰기’ 등을 함께 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올해가 마지막 국내 초청이라고 하던데.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해외참전용사들과 가족들이 환영단에 감사를 표하고 있다. 사진제공 새에덴교회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