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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하락으로 항공·정유업 ‘웃고’, 조선·해운업 ‘운다’

입력 | 2023-06-19 14:13:00

항공사, 환율 하락기에 항공유·리스비 부담 감소
정유·철강, 원화 강세에 원유·원자재 구매 타이밍
조선업은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손 발생에 씁쓸




지난달 1300원를 넘었던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5개월만에 금리를 동결하는 등 당분간 금리 인상을 중단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며 환율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이처럼 환율이 요동치며 산업계에는 희비가 엇갈린다. 환율 상승기에 어려움을 겪었던 항공, 정유업계는 최근 환율 하락 이 반갑다. 항공유와 철광석 등을 구매할 때 달러 결제가 많기 때문에 환율이 낮아지면 수익성이 커질 수 있다.

반면 조선업은 공정 단계에 따라 선박 건조 비용을 달러로 지급받기 때문에 환율 하락이 달갑지 않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71.9원)보다 6.1원 오른 1278.0원에 개장했다. 환율은 지난16일 전 거래일(1280.5원)보다 8.6원 하락했지만 이날 소폭 오름세로 장을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은 미 연준의 긴축 우려와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에 따른 불안, 위안화 약세 같은 영향으로 지난해 10월14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16일(고가 1488원)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1422.5원까지 올랐다.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다가 지난 2월 1227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지난 3월에는 또 다시 상승세를 보이며 5월에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며 1300원대를 넘어서는 모습이다.

환율 변동에 따라 수익성에 영향을 받는 산업계도 최근 원화 강세 현상을 예의 주시한다. 환율 하락기에 환차익이 발생할 수 있어 원자재 구매 비율을 늘리는 것이 경영 활동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환율 하락이 반가운 업종은 항공업계다. 항공업계는 영업비용의 20~30%를 차지하는 항공유, 리스료 등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추가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 2분기 제트유 가격이 배럴당 93달러 수준으로 예상(105달러)을 밑돌면서 연료비가 약 1000억원 감소할 수 있고, 환율 10원 하락시 300억원의 외화평가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증권가는 추정한다.

정유·철강업계도 각각 원유와 철광석 등을 구매할 때 달러로 결제해 환율 하락을 반기는 업종이다. 일반적으로 이들 업체는 원자재 구매 타이밍을 원화가 강세를 보일 때로 잡는 경우가 많다.

반면 조선·해운업체들은 환율 하락이 실적에 부정적이다. 조선업계는 선박 건조 대금을 달러로 지급받는데 계약 당시 환율보다 공정을 완료했을 때 또는 선박을 인도했을 때 환율이 하락할 경우 수익성도 낮아진다.

운임을 달러로 지급받는 해운업계도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시기에는 수익성이 감소할 수 있다. 다만 원·달러 하락 시기에는 연료 구입비 부담과 외화부채 부담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영향도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1200~1300원대를 횡보한다면 기업 실적에 직접 영향을 준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환율 하락 시기에는 항공·정유업계의 분위기가 좋고, 조선 업종은 달가워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