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 제공.
80여 년간 호적 없이 살아온 할머니가 경북 안동시의 도움으로 생애 첫 주민등록증을 받게 됐다.
19일 안동시에 따르면 8일 서후면 행정복지센터에서 강모(86) 할머니가 생애 첫 주민등록번호와 가족관계등록부 발급을 마쳤다.
1938년생인 할머니는 5년 전 사실혼 관계였던 남편과 사별한 뒤 가족 없이 텃밭 농사로 생계를 이어갔다. 그간 할머니는 은행, 병원, 공적지원금 등 국민으로서 개인의 권리를 향유하지 못하고 80여 년을 불편하게 살아왔다.
지난해 10월 안동시 명예사회복지공무원인 서후면 명리 이장이 강 할머니의 안타까운 사연을 의뢰하면서 안동시와 서후면 행정복지센터에서 무호적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성(姓), 본(本) 및 가족관계등록창설 허가 신청이었다.
안동시는 수차례에 걸친 상담을 통해 강 할머니의 희미한 기억을 되살려 기초를 작성하고, 신분을 확인해 줄 수 있는 인우보증인을 찾고 대한법률구조공단을 방문해 신청 서류를 안내받고 관련 절차를 진행해 나갔다.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강 할머니는 2023년 4월 가정법원에 성·본창설허가 서류를 접수하고, 관련 기관(경찰서, 민원 부서 등)을 방문해 서류를 보완하는 등 행정적 절차를 밟았으며 6월 8일 드디어 주민등록증 발급 신청을 했다.
강 할머니는 “80여 년 평생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살아있지만 존재하지 않은 사람이었는데, 생애 첫 통장을 발급받아 너무 기뻐 눈물이 나고 도와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진영 사회복지과장은 ”당당하게 이름 걸고 살 수 있게 되었다며 고마움을 전하신 강 할머니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