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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노란봉투법 판결’ 비판에 “사법부 독립 훼손…자제해야”

입력 | 2023-06-19 15:47:00

판결 직후 국민의힘 지도부 비판 목소리 제기
김기현 “어처구니 없는 판결…대법관 자격 없어”
대법 “양측 제출한 자료로 법원이 재량 결정해”
“형평 원칙 따라…기업에 입증 책임 있는 것 아냐”




최근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노동자마다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을 두고 여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비난이 이어지자 대법원 측이 “사법부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19일 입장문을 통해 “해당 판결과 주심 대법관에 대해 과도한 비난이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처장은 법원 판결에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법적 쟁점들과 판결의 내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신중한 검토가 전제되지 않은 채 판결 진의와 취지가 오해될 수 있도록 성급하게 주장하거나 재판부를 구성하는 특정 법관에 대해 판결 내용과 무관하게 과도한 인신공격성 비난을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헌법과 법률 해석에 근거해 판결을 선고한 재판부에 부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사법권의 독립이나 재판절차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제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도 곧이어 자료를 내고 “공동불법행위자들에 대한 책임제한 비율만 개별화한 것”이라며 재차 설명에 나섰다.

대법은 “이번 판결 이후에도 기업은 여전히 위법한 쟁의행위에 가담한 피고들을 상대로 전체 손해를 입증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 입증책임 부분에서 달라지는 점은 없다”며 손해배상 청구가 봉쇄, 제한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입증한 손해 가운데 피고들이 개별적으로 부담하는 책임 비율이 서로 달라지게 된다”며 고 전했다.

이어 “책임 비율은 법원이 양측이 제출한 자료들에 나타난 여러 사정들을 종합해 형평의 원칙에 따라 재량으로 결정하는 것으로 기업에게 입증 책임이 있는 사항도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 15일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현대자동차가 노동자 4명을 상대로 낸 2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노동자 4명이 사측에 20억원을 배상하라고 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은 “쟁의행위는 노동조합이라는 단체에 의해 결정, 주도되고 조합원의 행위는 노동조합에 의해 집단적으로 결합해 실행된다는 점을 볼 때 조합이 쟁의행위에 따른 책임의 귀속 주제가 된다”고 봤다.

즉, 쟁의행위는 조합에 의해 결정되고 개별 조합원들은 지시에 불응하기 어려운 구조 속에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조합의 의사결정이나 실행행위에 관여한 정도 등은 조합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위법한 쟁의행위를 결정하고 주도한 주체인 조합과 개별 조합원 등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어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제한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결론으로 해석되며, 이 법안 통과에 반대하고 있는 여권과 재계의 비판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판결 직후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들은 일제히 대법 판결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김기현 대표는 “어처구니가 없는 판결이 나왔다”며 “공동 불법행위의 기본 법리조차 모르고 가해자와 피해자 구분조차 못 하는 노 대법관은 법관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해당 판결은 “폭력을 당해 맞고 있는 피해자가 자신을 때리는 현장에서 정확히 녹화해 두지 않으면 피해보상조차 받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며 “이런 법이 어디 있을 수 있나”라고 했다.

또 윤재옥 원내대표는 “대법관 교체를 앞둔 알박기 판결”이라며 “이는 법률적 판결이라기보다는 정치적 판결이며 입법과 사법의 분리라는 헌법 원리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고 공세를 폈다.

이 외에도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야당이 발의하고 대법원이 공표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지난 15일은 대법원 정치의 날로 사법부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고, 이철규 사무총장은 “우리 법이 명시하고 있는 공동불법행위에 대한 책임 규정을 명백히 뒤집은 입법 폭거”라고 말했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노동정책본부장은 판결 직후 낸 논평에서 “회사 측에 조합원 각각이 불법행위에 가담한 정도를 파악해 입증하라는 것인데, 이는 손해배상 청구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