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 시간) 그리스 남부 펠로폰네소스 연안에서 유럽으로 향하던 난민 밀입국선이 전복해 최소 78명이 사망하고 500명 이상이 실종된 가운데 배 안에서 국적·성별·연령에 따른 차별이 있었다는 생존자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14일 오전 그리스 남부 해역에서 침몰한 리비아 난민선의 침몰 전 모습. 선실은 물론이고 아래위 갑판이 난민으로 빼곡하다. 그리스 해안경비대 제공
가디언은 해당 난민선 내에서 국적에 따른 차별로 인해 파키스탄 난민들의 피해가 특히 컸다고 전했다. 가디언이 입수한 그리스 해안경비대의 생존자 진술서에 따르면 파키스탄 출신들은 다른 국적자들과 달리 갑판 아래로 쫓겨나 그곳에 갇혀 머물러야 했다. 물을 요구하거나 탈출을 시도하는 경우 선원들이 학대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지중해는 ‘죽음의 바다’가 돼가고 있다. 북아프리카나 중동 등 내전 지역은 물론이고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국가에서도 새로운 삶을 찾아 유럽으로 밀입국하려는 난민들이 최근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해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 도착한 이는 11일 기준 7만1136명으로, 2017년 이후 6년 만에 최대다. 11일 기준 유엔인권이사회(UNHCR) 집계를 보면 올해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하던 중 사망하거나 실종된 난민은 1037명에 달한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