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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화하는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 유럽까지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조 단위 자금’을 쏟아부어 생산시설을 늘리려는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계획에 유럽연합(EU) 각국 정부가 적극 호응하면서 보조금 규모도 급증하는 추세다. “유럽과 함께 역사를 쓰겠다”며 향후 10년간 총 800억 유로 투자 계획을 밝힌 미국의 인텔이 앞장서면서 미-EU 연합전선 구축도 활발해질 조짐이다.
인텔의 유럽 투자는 아시아에 집중된 반도체 공급망을 다른 지역으로 확장하려는 미국의 경제안보 전략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인텔은 폴란드 46억 달러, 독일 170억 달러 투자를 결정한 데 이어 최근엔 이스라엘에 250억 달러를 들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다른 미국 반도체회사 글로벌파운드리스는 유럽 기업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손잡고 75억 유로를 들여 프랑스에 공장을 설립한다. 여기에 투입되는 자금의 40%에 해당하는 29억 유로를 프랑스가 보조금으로 지급한다. 프랑스 정부가 개별기업에 지급하는 보조금 규모로 2017년 이후 최대다.
정책적 지원을 등에 업은 유럽의 참전으로 글로벌 ‘반도체 대전’에서 한국이 맞서야 할 경쟁 상대는 더 늘어나게 됐다. 아시아에서는 반도체 기술 자립에 국력을 집중하는 중국, 반도체 선도국가로 재기를 노리는 일본, 파운드리 1위 TSMC를 앞세운 대만의 기세가 만만찮다. 합종연횡과 협공이 난무하는 각축전에서 자칫하다간 한국 반도체 산업이 핵심 플레이어의 위상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