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쌓여있는 서류. 동아DB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가 시작된 2020년 5월 30일부터 3년간 국회의원 한 명당 법안 공동 발의자로 참여한 건수가 평균 797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주 평균 5건씩 이름을 올린 셈이다. 같은 기간 2000건이 넘는 법안에 이름을 올린 의원은 5명이나 됐고, 1000건이 넘는 경우도 전체 의원의 31%나 됐다. 의원 본인이 검토해서 대표 발의한 법안 건수(평균 66건)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의원들이 법안을 충실히 준비하기보다는 내용도 제대로 모른 채 이름만 빌려주는 품앗이 발의를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회기가 거듭될수록 전체 법안 발의 건수는 크게 늘어난 반면 법안의 가결률은 차츰 떨어지는 추세를 보였다. 16대 국회 때 2507건이었던 발의 건수는 20대 국회 때 2만4141건으로 증가했다. 21대 국회는 임기가 1년 정도 남았지만 이미 2만2046건(18일 기준)이 발의된 상태다. 그러나 법안 가결률은 16대 국회에서 37.7%였지만 20대 국회 때 13.2%, 21대 국회에서는 9.4%로 계속 하락했다. 공동 발의 법안 중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치지 못한 상당수 ‘저질 법안’들이 상임위 단계나 최종 심사 과정에서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결과로 분석된다.
공동 발의가 남발되면서 본회의 때 의원 본인이 공동 발의한 법안에 기권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공동 발의 건수 상위 의원 10명 중 4명이 본인 이름을 올린 법안에 기권한 적이 있었다. 해당 의원들은 “주요 법안이 아닌 법안들은 다 기억할 수 없어 잘못 투표했다”라고 해명했지만 구차한 변명이다. 의원들이 자신의 이름을 올린 법안에 대해 향후 국가의 미래나 국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조차 없었다는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