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가격” 내세워 장기 계약후 환불 조치없이 휴-폐업 사례 늘어 ‘보증보험 의무화 법안’ 3년째 낮잠 “단기 계약하거나 할부로 결제를”
“유명 프랜차이즈 직영점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광고했는데 이른바 ‘먹튀’ 피해를 당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최근 인천 부평구의 한 헬스장에 다니던 차모 씨(36)는 “방역 규제도 완화됐고 할인해 준다고 해서 개인트레이닝(PT) 기간이 남았는데도 연초에 100회를 350만 원에 추가로 결제했다. 그런데 이달 11일 갑자기 영업을 중단하는 바람에 한 번도 이용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날리게 생겼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대형 헬스장이나 필라테스 강습소, 요가원 등이 돈을 미리 받아 놓고 환불 조치 없이 휴·폐업하는 사례가 늘면서 차 씨와 같은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방역 규제가 풀리자 일부 체인이 저가를 내세워 공격적으로 지점을 늘리다 고물가 등 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연쇄 도산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폐업 직전 ‘특가’ 내세우며 장기 계약 유도
차 씨가 다니던 헬스장은 전국 28개 지점을 보유한 대규모 프랜차이즈 업체다. 그런데 이달 8일부터 지점들은 본사의 부도 사실을 알리며 순차적으로 영업을 중단했다. 지점 대부분이 환불 없이 문을 닫아 전국에서 1000여 명이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피해액은 1인당 30만∼700만 원에 달해 전체 피해액은 수억∼수십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10여 곳에 지점을 둔 한 프랜차이즈 요가원도 올 5월부터 휴업 공지를 남긴 채 대표가 잠적해 500여 명이 환불을 못 받은 상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만∼300만 원에 달한다. 피해자들은 지점별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민사소송 준비를 하며 집단 대응에 나섰다.
피해가 발생한 헬스장과 요가원의 공통점은 폐업 직전 특가를 내세우며 장기 계약이나 현금 결제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요가원 폐업 2주 전 6개월짜리 회원권을 결제했다는 A 씨(39)는 “일부 회원에게만 10년 전 특가로 회원권을 제공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연락했더니 6개월, 1년 단위로만 판매한다고 해서 66만 원을 결제했다”고 하소연했다.
● “오래 운영한 시설 찾고, 단기·할부 결제해야”
헬스장 등의 먹튀 피해가 잇따르면서 국회에선 선불 이용료를 내는 업종에 대해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자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3년째 소관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체육 관련 업종이 타격을 입으면서 추가로 부담을 주기 어렵다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우면의 김민건 변호사는 “할부로 결제하면 할부 기간이 끝나기 전 업체가 폐업할 경우 나머지 금액은 안 내도 되기 때문에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