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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논문 무단학습에… 과학계 “오픈 액세스 문화 쇠퇴 우려”

입력 | 2023-06-20 03:00:00

[위기-기회 갈림길에 선 AI]
학계 요구에 ‘오픈 액세스’ 매년 확대
논문 자유 이용 저널 수 1만9465개
AI 저작권 논란에 ‘구독형’ 바뀔수도




과학계에서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학습을 위해 무료로 공개된 과학 논문들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논문 저자가 저작권을 가지고 모든 연구자에게 무료로 내용을 공개하는 ‘오픈 액세스(open access·논문을 무료로 개방하는 게재 방식)’ 문화가 쇠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다수의 오픈 액세스 저널은 비영리 목적에 한해 논문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라이선스’를 채택하고 있다. 최근 모든 연구자가 연구를 공평하게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학계 목소리가 커지며 오픈 액세스 저널 수는 2018년 1만1169개에서 2023년 5월 기준 1만9465개까지 약 74% 늘었다.

그러나 챗GPT처럼 소비자에게 월 구독료를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학습한 논문의 저자에게 재사용 권한을 요청해야 한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는 “필요한 경우 콘텐츠 이용과 관련해 (보상)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오픈 액세스 저널의 경우 저작권이 저널이 아닌 저자 개인에게 있기 때문에 챗GPT가 어떤 데이터를 학습했는지 일일이 파악해 보상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학계에서는 콘텐츠 보호를 위해 논문 공개를 폐쇄형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픈 액세스 저널이 구독형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과학 저널의 한 관계자는 “저널 입장에서는 논문 콘텐츠를 판매하려면 오픈 액세스보다는 저작권이 저널에 종속돼 있는 구독 형태의 모델이 더 유리하지만, 최근 학계의 분위기 때문에 오픈 액세스 모델을 늘리는 추세였다”며 “저자가 보상을 받기 어려운 지금과 같은 구조라면 이런 흐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현재 네이처, 사이언스, 셀 등 대표 글로벌 과학 저널에서는 명확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헤닝 쇠넨베르거 네이처 콘텐츠 혁신 부사장은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의심할 여지 없이 과학계의 개방형 연구 문화(오픈 사이언스)의 이점을 적극 활용하려 할 것”이라며 과학계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지켜본 뒤 대응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