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난이도 논란] 이주호 “학생 희생으로 교육계 이익” 킬러문항 폐지… 사교육 경감 나서 전문가 “논술-면접학원 쏠릴 우려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왼쪽)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귓속말을 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정부와 여당이 19일 발표한 사교육 경감 대책의 배경에는 지난해 우리나라 사교육비가 역대 최대치인 26조 원에 달했다는 문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서울 주요 16개 대학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기반 선발 비중(정시)이 정원의 40%가량을 차지하는데, 상위권 성적이 이른바 ‘킬러 문항’에서 판가름 나면 학생들이 사교육을 찾을 수밖에 없다. 당정은 이런 초고난도 문제를 내지 않더라도 출제 기법을 ‘고도화’하면 변별력을 갖춘 ‘공정 수능’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 사교육 카르텔 ‘발본색원’… “공정 수능 의지”
당정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수능 출제 기법을 고도화해 적정한 난이도를 확보하고, 출제 관련 시스템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입시학원의 과대, 과장광고에는 엄중히 대응하고 그간 방치됐던 유아 사교육 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공교육 강화를 위해 EBS 활용 및 방과 후 프로그램을 늘리고, 학생들에 대한 기초학력 진단과 맞춤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 여당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야당과 일부 교육업체가 사실을 왜곡해서 ‘물수능’(쉬운 수능) ‘불수능’(어려운 수능) 하면서 혼란을 가중시켰다”며 “지금처럼 사교육이 필수로 인식되고 공교육은 단지 교육과정을 이수하기 위한 과정으로 받아들여진다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교육비는 물론이고 저출산 같은 국가적 문제까지 위협할 것”이라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후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정한 수능의 의지를 담은 지극히 타당한 대통령의 발언을 교육부가 국민에게 잘못 전달하면서 혼란을 자청한 것에 대해 엄중 경고한다”고 했다. 이 부총리도 “나도 전문가지만 (대통령에게) 진짜 많이 배웠다. 대통령이 교육 문제의 문외한이라는 말은 적절치 못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들 “사교육 깃털도 못 건드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적어도 이런 발표는 수능이 끝난 뒤에 해야 했다”며 “현 입시제도의 근본 문제는 서열화된 상대평가 선발구도이기 때문에 이런 근본 원인을 없애지 않고서 사교육 문제가 해결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당정협의에서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를 존치하는 내용의 학교 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도 논의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2025학년도부터 폐지하기로 했던 자사고 등을 존치해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