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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탈레반 여성 대우 ‘아파르트헤이트’ 수준…성 분리주의” 비판

입력 | 2023-06-20 16:43:00


유엔이 아프가니스탄의 집권세력 탈레반을 상대로 성(性) 분리주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탈레반이 이슬람 율법을 이유로 자국 여성들을 다르게 대우하지만 그 정도가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보인 악명 높은 ‘아파르트헤이트’에 비견된다는 지적이다.

리처드 베넷 유엔 아프간 인권 보고관은 1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서 “여성에 대한 제도화된 차별은 탈레반 통치 이념의 핵심”이라며 “탈레반이 아프간 내 만연한 성차별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아파르트헤이트의 정의를 아프간 상황에 적용하고 이 과정에서 인종 대신 성별을 구분 잣대로 사용한다면 보다 명백하게 알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성 분리주의 자체는 현재 국제 범죄는 아니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와 관련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파르트헤이트는 남아공이 40년 넘게 시행한 인종차별 정책이다. 백인 우월주의를 기반으로 인종간 사용 시설을 분리하고 유색인종을 상대로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제사회의 압박에 1994년에 들어서야 폐지 됐다.

지난 2021년 8월 미군 철수를 계기로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은 대부분의 공립 중·고등학교에서 여학생 등교를 금지하고 대학 입학시험에서 여성이 응시할 수 있는 전공을 간호학과 조산학 등으로 한정했다.

또 남성 보호자와의 동행 없이는 여성이 여행은 물론 공원과 체육관 등 공공장소 출입을 제한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자국 여성이 국내외 비정부기구(NGO)에서 근무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지난 4월에는 금지 조치를 유엔 소속 여직원에게도 확대 적용해 유엔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탈레반은 성차별을 일삼는다는 유엔의 지적은 서방의 선전·선동에 불과하다고 발끈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정권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베넷 보고관의 발언은 아프간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선전술의 일부”라고 했다. 그러면서 성 분리 정책은 이슬람 율법에 근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