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원 1차 명단 발표 혁신위 첫 의제, 전대 돈봉투 사건
“이게 무슨 당 혁신위원회냐, 차라리 ‘이재명 위원회’라고 해라.”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20일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이끄는 당 혁신위원회 1차 명단이 발표되자 이 같이 말했다. 이날 공개된 혁신위원 7명 중 6명이 친명(친이재명) 인사이거나 이재명 대표 옹호 발언을 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이재명 친위부대’가 혁신을 할 수 있겠느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재명 지지선언’ 등 친명 일색 혁신위원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기구 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6.20. 뉴시스
당 안팎에선 혁신위원이 ‘친명 일색’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서 대표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강성 팬덤에 대해 “팬덤은 죄가 없다. 당 지지자를 전부 다 자르면 뭘 갖고 정치할 건가”며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윤 대표는 지난 대선 때 이재명 캠프의 제주선거대책위원회 공동본부장을 맡았다. 이 교수는 지난해 2월 이 대표 지지선언을 한 재야지식인 1만 명에 이름을 올렸으며, 차 교수는 지난해 대선 때 이 대표의 대리인으로 대통령 후보 등록을 하는 등의 인연이 있다.
당내 인사 역시 이 의원은 대표적인 이해찬계이자 친명 의원으로 분류된다. 원외 인사로 참여한 이 위원장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였던 시절부터 기본소득 관련 지방자치단체장 모임을 함께한 인연이 있다. 당 관계자는 “당내에서 ‘울산 이재명’으로 불릴 정도의 친명”이라고 했다. 참여연대 출신인 김 변호사를 제외한 혁신위원 6명이 모두 친명 인사거나 관련 발언을 한 인물인 것이다.
김 위원장도 ‘친명 혁신위’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저는 정치권에 빚이 없는 사람”이라며 “친명도 비명도 친문(친문재인)도 비문(비문재인)도 아니다. 오로지 정당 혁신과 국회 혁신을 위해 싸우겠다”고 했다. 혁신위원 일부가 이재명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점에 대한 지적에는 “대선 경선도 아니고 본선 때 전문가로 (캠프에) 참여한 것”이라며 “계파와 상관 없다”고 반박했다.
비명계에선 당장 비판이 나왔다. 한 수도권 의원은 “안 그래도 혁신위가 당 대표 뜻을 거스르기는 쉽진 않을텐데 친명 일색으로 꾸려서 뭘 하겠다는 것이냐”며 “혁신위가 이 대표의 더 큰 권력을 얻기 위한, ‘친위 쿠데타’의 수단이라는 것이 여실히 나타났다”며 비판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당내 분열을 조장하지 말라’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이재명 대표 체제에 대해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지 말란 뜻이냐”고 지적했다.
●혁신위 첫 과제는 돈봉투 의혹 진상조사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기구 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6.20. 뉴시스
김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돈봉투 사건이 (검찰의) 조작일 수도 있다”고 언급해 논란이 된 것에 대해선 “실제 관련 자료를 보니 돈봉투 의혹이 심각한 사건이고 (의혹에 연루된) 의원들과 민주당이 정치적, 법적으로 책임져야 할 사건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다만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선 “사법적 판단 (영역)이기 때문에 해당 문제를 혁신위가 관리할 이유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