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당한 람보르기니를 찾은 현장.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값이 수억 원대 나가는 람보르기니 차량을 지인에게 맡겼다가 도난당한 차주가 온라인 상에 ‘500만 원 사례금’을 건 글을 올리면서 차량을 되찾았다. 차주는 제보자를 직접 찾아가 사례를 했다.
20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전 회사 동료에게 세차해 달라며 자동차 열쇠를 맡겼는데 이후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 A 씨가 잃어버린 차량은 노란색 람보르기니 우루스로 시장에서 2억5000만~2억900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A 씨는 경찰 신고를 하고 이튿날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인이 차량을 갖고 도주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해당 글에 “보시면 바로 112 혹은 제게 연락 달라”며 “잡아주시면 사례는 톡톡히 하겠다”며 500만 원의 사례금을 걸었다.
A 씨는 “여러 커뮤니티에서 정말 많은 분들이 제보해 주셨다”며 “누리꾼들의 제보로 대전, 대구, 울산 등에 갔지만 차량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다 한 제보자가 본인 직장 주차장에서 차를 봤다는 연락을 해왔고, 가보니 제보자와 우루스 차량이 서 있었다. 차 번호까지 일치했다”고 말했다.
사례금을 전달하는 A 씨.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A 씨는 “차 시동을 걸어보니 범인이 그동안 1000km를 주행했고, 차 전면부에는 벌레 사체가 즐비했다”며 “차에는 자기 명함을 걸어놓고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는 제거된 상태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루스는 공식 서비스센터에 점검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인이 차를 훔쳐 간 뒤 유료 주차장에 불법 주차를 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차를 가져가는데 밀린 주차장 요금이 100만 원이 나왔다”며 “어차피 범인에게 청구예정”이라고 밝혔다.
밀린 주차요금을 정산하는 A 씨.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이 소식을 들은 누리꾼들은 “차주인이 화끈하시다”, “요즘 세상에 지인이 차를 훔쳐서 잠적할 생각을 하다니 참 대단하다”, “1000km나 타다니 차주 입장에서는 상상도 못 했겠다”, “이후 수사 현황도 알려주세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경찰은 조만간 차량을 갖고 잠적했던 A 씨의 지인 B 씨를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