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토론 요청 서명부 제출 과정서 市의 주민등록번호 기재 요구에 철거 반대측, 직권남용 등 고발조치 원주시 “청구자 선거권 확인 취지”
‘아카데미의 친구들 범시민연대’(아친연대)는 19일 원주경찰서를 찾아 원주시장과 담당 과장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아친연대 제공
강원 원주시 아카데미극장의 철거와 보존을 둘러싼 갈등이 고발 사태로 확산됐다.
20일 ‘아카데미의 친구들 범시민연대’(아친연대)에 따르면 원주시가 시정정책 토론청구 주민 서명부에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전날 원강수 원주시장과 담당 과장을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죄로 원주경찰서에 고발했다.
아친연대는 3월 원주시의 아카데미극장 철거 추진에 반발해 시민 250명의 서명을 받아 ‘아카데미극장 재생에 관한 시정정책토론’을 청구했다. 그러나 원주시가 서명부에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도록 보완 통보를 하면서 개인정보보호법에 관한 적법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원주시는 “시는 해당 조례에 따라 시정정책토론 청구권자의 선거권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한 것”이라며 “권익위는 이름과 생년월일만으로 결격사유 조회가 가능하다는 잘못된 근거를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원주시는 또 철거 결정 공표를 앞두고도 반대 단체의 의견을 듣고자 했지만 이 단체는 밀실 결재라고 비방하며 뚜렷한 대안 없이 철거 반대만 주장했다고 밝혔다.
아카데미극장은 1963년 문을 연 지역의 유일한 단관극장으로 복합영화관이 잇달아 생기면서 2006년 문을 닫았다. 단관극장의 원형을 갖춘 근대문화자산으로 시민들은 2021년 1월 보존추진위원회를 발족했고 원주시에 보존을 요구했다. 전임 시장은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해 시비 32억 원을 들여 건물과 토지를 매입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민선 8기가 출범하면서 예산 추가 투입 문제로 인해 복원은 재검토 대상으로 분류됐다. 원주시는 결국 아카데미극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열린 문화·예술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4월에 발표했다.
원주시는 “아카데미극장 철거 결정 과정의 행정절차는 위법사항이 없었다”며 “극장 철거 후 시민을 위한 문화·예술 공간으로 조성해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한편 전통시장과 연계해 원도심 상권 활성화를 적극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