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주식시장에 ETF 도입 주역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금융사도 단기 실적 치중 개선을”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투자신탁운용 사무실에서 배재규 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2030년이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300조 원까지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이 수요 대부분은 연금시장에서 나올 것이라고 본다.”
한국 ETF 시장 규모가 100조 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 가운데 19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경제인연합회 사무실에서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62)를 만났다. ‘한국 ETF 시장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배 대표는 한국 주식시장에 ETF를 최초로 도입한 주역. 배 대표가 삼성자산운용 본부장 시절인 2002년 10월 첫 ETF가 상장된 이후 20년여 만에 국내 ETF 시장 규모는 약 97조 원 규모로 불어났다. ETF 시장의 후발주자로 분류되는 한투운용은 배 대표 취임 이후 ETF 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말 3.5%에서 이달 16일 4.6%로 끌어올렸다.
배 대표는 20년 만에 100조 원에 육박한 국내 ETF 시장을 두고 앞으로도 성장 여력은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ETF가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4%로, 12%가 넘는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상품 출시 동향의 시차는 1년도 채 나지 않는다”며 “그만큼 한국의 ETF 시장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사들의 운용 능력보다는 상품 차별화 능력이 중요해졌다는 점도 강조했다. 배 대표는 “과거 고객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킬 상품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어떻게 하면 고객의 돈을 더 잘 운용해 수익률을 높일지가 관건이었다면, 이제는 상품을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액티브한 운용 전략이 반영된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단기 실적 쌓기에 혈안이 돼 고객들의 장기적인 수익은 뒷전인 금융사들의 영업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그는 “ETF든 타깃데이트펀드(TDF)든 상품 여러 개를 만들어 놓고 그때그때 수익률이 좋으면 팔고 안 좋아지면 다른 것을 파는 식으로 영업하면 고객은 ‘마루타’가 되는 셈”이라며 “고객들에게 책임지지 못할 말들을 하면서 돈을 모으면 당장은 금융사의 운용자산(AUM)이 늘어날 수 있겠지만 언젠간 그 고객을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