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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친구로 생각하는 ‘알파세대’[트렌드&컬처/노가영]

입력 | 2023-06-20 23:33:00

노가영 작가·콘텐츠산업 전문가


“○○야, 나랑 끝말잇기 할래?”

○○는 모 통신기업의 인공지능(AI) 스피커 호출명이다. 이처럼 요즘 초등학생들은 TV와 연결된 AI 스피커뿐만 아니라 엄마, 아빠의 스마트폰과 연결된 차 안에서도 삼성의 빅스비, 애플의 시리, 구글의 어시스턴트를 부른다. 등굣길에 엄마가 비가 올 거라고 뻔히 말했는데도 구글에 “오늘 비 오는 거 맞아?”라고 재확인한다.

또 매일 태블릿에서 학습지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이름’이 부여된 AI 사운드와 수시로 소통한다. 호기심이 발동해 아이에게 “○○는 누구야?”라고 물었다. ‘말하는 기계’ 정도의 답을 예상했는데 “인공지능 친구인데 보이지는 않아”라고 한다. ‘기계(AI)’인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인데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친구인데?”라고 물었더니 “내 말을 잘 듣고 있잖아”라고 답한다. 기가 막힌 답이다.

이처럼 AI를 편리한 서비스가 아니라 친구로 인지하는 아이들이 알파세대이다. 알파세대는 2010∼2024년 태어났거나 태어날 아이들을 말한다. 알파세대의 맏형은 올해 중학교 1학년이다. 기저귀를 차던 때부터 유튜브를 시청하고 걸음마를 뗄 무렵이면 부모 도움 없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날 때부터’ 디지털 세대다.

2021년 폭스 스튜디오는 ‘고장난 론’이라는 귀여운 애니메이션을 공개했다. 미국의 알파세대들이 매일 아침 자신의 키 절반 정도인 AI 로봇과 함께 등교한다. 교실에 도착하면 AI 로봇은 사물함 같은 곳에 들어가 배터리를 충전하면서 아이들의 하교를 기다린다. 작품 안에서 AI 로봇을 클로즈업하면 ‘모든 아이들의 친구가 되는 세상’이라고 적혀 있다. 이처럼 알파세대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헤이 시리’ ‘오케이 구글’과 놀고 숙제는 챗GPT로 하며 AI 로봇을 스마트폰처럼 사용할 아이들이다.

알파세대가 세상의 중심으로 나올 2030년대에 이들은 교육, 일, 운동, 여가, 소통 등의 분야에서 AI 융합 서비스들과 어떻게 상호 작용하며 살아갈 것인가. 결국 알파세대는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삶의 질을 영위하는 동시에 노동의 가치를 재정립해야 하는 시대에 살아갈 것이다. AI 네이티브, 챗봇 네이티브로 태어나 AI와 공존하며 살아갈 첫 번째 인류이기 때문이다.

금세기 최고의 미래학자인 존 나이스비트는 첨단기술이 세상을 지배할수록 인간의 감성이 중요해질 거라는 점을 1982년 저서 ‘메가트렌드’에서 ‘하이테크 하이터치’로 설명했다. ‘하이터치’란 공감을 끌어내는 능력과 넓은 유연함으로 이질적인 아이디어들을 결합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능력이다. 기존 경쟁의 규칙들이 새 기술에 의해 재편돼 가는 중요한 시대가 오고 있다. 지금 그 중심에 알파세대가 있다.





노가영 작가·콘텐츠산업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