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곳곳의 중국 외교관들이 주재국과의 마찰을 야기하는 공격적인 언행으로 일관하면서 범세계적인 반중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그 중심에 2012년 말 집권 후 중국 우선주의로 일관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징=AP 뉴시스
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기 비하 개그’다. 세계 어디서든 통하는 말이 모국어란 이유로 다른 언어의 학습에 둔감한 미국인의 세태를 꼬집었다. 사실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고 적지 않은 미국인이 싫어할 수 있으나 자신의 무지나 약점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는 당당함이야말로 미국식 자신감의 표출이란 생각이 든다.
하정민 국제부 차장
중국은 즉각 이 노래를 금지곡으로 지정했다. 그냥 놔뒀으면 잠깐 주목받고 말았을 텐데 굳이 금지곡 딱지를 붙여 네임위를 유튜브 구독자 350만 명을 보유한 유명인으로 만들었다. 한국의 ‘유리 멘털’을 뜻하는 노래 제목처럼 겉으로만 패권국을 외칠 뿐 속으로는 크게 대단할 것 없는 비판에도 전전긍긍하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중국의 힘을 과시한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로 여러 나라와 충돌하고 있는 중국의 행보는 열등감, 자기 불신, 낮은 자존감 등을 경험한 사람일수록 자기 과시적 인정에 집착한다는 독일 철학자 악셀 호네트의 저서 ‘인정 투쟁’을 떠올리게 한다. 자기 확신이 없는 개인이 그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끊임없이 타인의 인정을 추구하며, 그럴수록 그 인정과 멀어진다는 진단은 개개인의 심리 상태를 넘어 국가 관계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즉 중국몽(中國夢)을 달성하고 단일 패권국이 되어야 하는 주요 이유로 1840년 발발한 아편전쟁의 패배, 이후 제국주의 열강의 점령 같은 치욕적 역사를 거론한다. 하지만 183년 전 발생한 사건을 아직 언급하는 것 자체가 중국 스스로 이로 인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그는 2021년 7월 중국공산당 100주년 연설에서 “중화민족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민족이며 인류 문명에 불멸의 공헌을 했다”고 했다. 중국 문명의 깊이는 인정하나 세계를 제패한 알렉산더 대왕이나 칭기즈칸도 이토록 오만한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 말을 들은 다른 나라 국민이 “중국은 정말 대단해” “우리가 중국에 많은 빚을 졌지”라고 생각할 것으로 여겼는지 진심 궁금하다.
전랑 외교로 중국에 진짜 매료된 나라가 과연 몇이나 될까. 세계 곳곳의 반중 정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듯 적만 대폭 늘었을 뿐이다. 개인의 자기 과시적 인정 투쟁과 마찬가지로 특정 국가의 지나친 인정 추구 또한 스스로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