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영화감독겸 교수 크리스토퍼슨 1967년 납북 최원모씨 흔적 찾아 아들 성용씨 송환활동 5년간 촬영 “넷플릭스 등 6부작 연내 방영 논의”
북한 억류 납북자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시리즈 촬영을 위해 서울 송파구 납북자가족모임 사무실을 찾은 스콧 크리스토퍼슨(오른쪽), 스펜서 허미스톤 공동감독이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가운데)를 만났다. 납북자가족모임 제공
북한에 억류된 납북자 문제가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제작돼 전 세계에 방영된다.
미국 영화감독 스콧 크리스토퍼슨 브리검영대 교수는 16일(현지 시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올해 안에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 겸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이사장(71)을 주인공으로 한 6부작 다큐멘터리가 방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납북자 문제가 해외 다큐멘터리로 제작되는 것은 처음이다. 최 대표의 부친 최원모 씨는 6·25전쟁 당시 참전해 북한군에 맞서 싸웠고 1967년 납북됐다.
2018년부터 5년간 최 대표를 촬영한 크리스토퍼슨 감독은 “뉴욕타임스(NYT)에서 최 대표에 대한 기사를 보고 납북자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최 대표의 부친이 활약했던 백령도 등을 찾아 그 발자취를 되짚었다.
크리스토퍼슨 감독은 48세에 납북자 송환 활동을 시작한 최 대표가 71세가 됐는데도 그간 한국 정부가 납북자 구출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은 결코 책임을 지지 않는다. 국제사회 또한 북한에서 발생하는 대량학살을 눈감고 있다”고 했다. 그는 넷플릭스, HBO 등도 이번 시리즈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 영화로 납북자 문제가 다시 조명받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최 대표의 모친 김애란 씨는 남편과 함께 6·25전쟁 당시 미국이 대북 정보 수집을 위해 만든 ‘켈로(KLO)’ 부대의 부부 대원으로 활동했다. 두 사람은 “국가를 위해 충성을 다하자. 죽어서도 충성하자”는 구호를 외치며 인천상륙작전의 숨은 주역으로 활약했다. 전쟁이 끝난 후 풍복호 선주로 지내던 최 씨는 1967년 북한 무장선 10여 척에 포위당해 총격을 받고 납북됐다. 북한은 석 달 뒤 선원 5명은 귀환시켰지만 최 씨는 끝내 돌려보내지 않았다.
최 대표는 2000년 납북자가족모임을 결성해 지금까지 9명의 납북자와 12명의 국군포로 탈북과 송환을 도왔다. 김 씨는 남편의 송환을 끝내 보지 못하고 2005년 눈을 감았다. 정부는 2013년 최 씨에게 납북자 최초로 화랑무공훈장을 추서했다. 2018년 최 씨의 위패와 김 씨의 유해를 현충원에 함께 안장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