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유도 60kg급 국가대표 이하림 마사회 입단후 체력키워 슬럼프 극복… 연장전을 ‘하림 타임’으로 만들어 주요대회서 잇달아 연장전 승리… “세계 1위도 연장서 꼭 꺾고싶다”
남자 유도 60kg급 국가대표 이하림(한국마사회)이 14일 경기 용인대 무도관에서 잡기 준비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하림은 9월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아경기에서 29년 만의 이 대회 남자 60kg급 금메달에 도전한다. 용인=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남자 유도 60kg급 국가대표 이하림(26·한국마사회)은 ‘골든스코어(연장전)의 사나이’로 통한다. 연장전이 선언되면 이하림 스스로 “‘하림 타임’이 왔다”며 승리를 자신한다.
이하림은 지난해 12월 국제유도연맹(IJF) 예루살렘 마스터스 대회 결승에서 골든스코어 시작 18초 만에 나가야마 류주(27·일본)에게 절반승을 따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마스터스는 세계랭킹 36위 안에 드는 선수만 참가하는 메이저 대회다. 이하림은 현재 세계랭킹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하림은 또 올해 5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연장전에서 다카토 나오히사(30·일본)에게 반칙승을 거뒀다. 다카토는 2021년 도쿄 올림픽 때 금메달을 차지한 선수다.
이하림은 “한국마사회 입단 후 상대를 바꿔 가면서 계속 경기를 치르는 체력 훈련을 한 게 큰 도움이 됐다. 보통 한 판에 5분 정도 걸리는데 열 판 동안 상대를 바꿔 가면서 계속 경기를 치른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동석 한국마사회 코치(35)는 “하림이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발전 가능성을 봤다. 힘이 좋은 선수는 아니지만 체력을 조금만 더 키워주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체력이 약하면 토너먼트 후반에도 제 기량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이하림은 용인대 4학년이던 2019년부터 한국마사회 입단 1년 차인 2020년까지 2년 사이에 국제대회 동메달 결정전에서만 6번 패했다. 이하림은 “메달에 닿을 듯하다가 안 닿으니까 심리적으로 위축돼 더 긴장이 되고 몸도 잘 움직이지 않는 일종의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제는 ‘정신 무장’도 달라졌다. 이하림은 지난해 3월 열린 항저우 아시아경기 대표 선발전 때 1회전에서 왼쪽 발목 인대 파열 부상을 당했지만 발목에 테이프만 감은 상태로 다섯 판을 내리 이겨 태극마크를 달았다.
양융웨이는 강한 근력을 바탕으로 상대를 단번에 제압하는 스타일이다. 반면 이하림은 빠른 발로 상대 진을 빼놓은 뒤 연장전에서 승부를 보는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 나간다. 지금까지는 힘이 스피드를 이겼다. 이하림은 “양융웨이와 지금까지 세 차례 만나 세 번 모두 졌다”면서도 “그와 마지막으로 붙어본 게 벌써 2년 전이다. 이번에는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하림이 양융웨이를 물리치면 금메달을 차지할 확률도 그만큼 올라간다. 한국 유도가 아시아경기에서 남자 60kg급 금메달을 딴 건 1986년 서울 대회 때 김재엽(59)과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당시 김혁(51) 등 두 명뿐이다. 2006년 도하 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조남석(42) 이후로는 결승에 오른 선수도 없다. 이하림도 아시아경기 첫 출전이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 준결승에서 패해 결국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이하림은 “요즘 주요 대회 시상대에 자주 올라서 자신감이 가득하다. 어떤 선수와 붙어도 질 것 같지 않다”면서 “저번 대회에서 동메달을 땄으니 이번 대회 때는 반드시 금메달을 가지고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