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결정나자 의료시설 지정 착수 병원측 부지매각 방침에 갈등 예상 정부 “소아-산부인과 입원 거부땐 내년부터 상급종합병원 지정 취소”
1941년 개원한 인제대 서울백병원이 누적된 적자를 극복하지 못하고 폐원 절차를 밟게 됐다. 인제의료원은 건물을 다른 사업에 활용하거나 매각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병원이 아닌 다른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막겠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이 예상된다.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20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서울백병원 폐원을 의결했다. 최근 20년간 1745억 원의 적자가 발생해 더 이상은 병원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인제의료원은 의료인력을 상계·일산백병원 등으로 옮겨 고용을 유지하고, 치료 중인 환자들의 전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고용 승계와 환자 전원이 종료돼야 폐원이 가능하므로 당장 문을 닫는 것은 아니다. 병원 부지는 매각하거나 병원이 아닌 수익사업을 추진하는 방안, 미래혁신데이터센터 운영 등을 검토 중이라고 이날 밝혔다.
서울백병원 폐원이 확실시되자 서울시는 같은 날 오전 병원 부지를 도시계획시설 중 하나인 ‘종합의료시설’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병원이 아닌 다른 시설을 운영하지 못하게 해 의료 공백을 막겠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종합의료시설 지정 절차에 바로 돌입할 것”이라며 “빠르면 6개월 정도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 보건복지부는 2024∼2026년 3년간 적용되는 제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계획을 발표했다. 상급종합병원이란 암 수술 등 중증질환에 대한 고난도 수술을 전담하는 병원이다. 이번 계획에는 내년 1월부터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의 상시 입원 진료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시정명령이 내려지거나 지정이 취소될 수 있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