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는 ‘기념구’라는 것이 있다. 선수 개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공을 따로 보관해 기념하는 것이다. 신인 선수의 데뷔 첫 안타나 루키 투수의 첫 승을 비롯해 각종 누적 기록 등이 쌓일 때 그 공을 챙긴다.
최근 그 ‘기념구’를 둘러싼 잡음이 있었다. 주인공은 바로 최주환(35·SSG 랜더스)과 최형우(40·KIA 타이거즈)다.
SSG 랜더스 최주환. 뉴스1 DB
이들이 1000안타, 1500타점을 기록한 공은 당연히 ‘기념구’로 보관할 가치가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둘 다 이 기록을 ‘홈런’으로 작성한 것이 문제였다.
담장 밖으로 넘어간 공의 경우 기본적으로 그 공을 먼저 획득한 사람에게 소유권이 넘어간다. 즉 먼저 주운 관중이 임자인 셈이다.
통상 이런 경우 구단 측이 관중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사인 유니폼 등을 사례하며 공을 교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해당 관중이 이를 거절한다 해도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런데 같은 상황에 놓인 최주환과 최형우의 반응은 180도 달랐다.
문제는 최주환이 방송 중계 화면을 캡처해 그 공을 잡은 관중의 얼굴이 드러나게 했다는 점이다. 자신의 소유도 아닌 공을 ‘돌려달라’고 말한 것도 문제였는데, SNS를 통해 일반인의 얼굴을 공개하면서 비난의 화살이 쏠렸다.
해당 팬은 공을 주겠다는 의사를 표했고, 최주환 역시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하지만 프로경력 18년차의 베테랑 선수로서 경솔한 대처였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최형우(왼쪽)가 2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한화 이글스전에서 개인 통산 1500타점을 달성한 뒤 김종국 감독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KIA 제공
당초 최형우의 홈런공은 외야 관중석 잔디를 맞고 다시 그라운드로 들어왔다. 관중이 잡지 못했기 때문에 그대로 KIA에 전달될 수도 있었지만 한화 중견수 문현빈이 이를 다시 관중석으로 던져주면서 ‘소유’가 넘어간 것이었다.
나란히 값진 기록을 세운 두 베테랑들. 하지만 최주환은 경솔한 대처로 인해 의미있는 기록에도 뭇매를 맞았고, 최형우는 ‘대인배’라는 찬사를 더하게 됐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