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대구 경기 구심은 왜 자꾸 움직였을까[황규인의 잡학사전]

입력 | 2023-06-21 11:45:00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 아카데미. 동아일보DB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구심(球審·주심)이 포수와 일직선으로 자리를 잡는 게 일반적입니다.

20일 대전 경기 구심을 맡은 전일수 심판(55)도 왼손 타자 타석이든 오른손 타자 타석이든 포수 바로 뒤에 서서 판정을 내렸습니다.

왼손, 오른손 타자와 관계없이 자기 자리를 지킨 전일수 구심. MBC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캡처

그러니 이날 대구 경기 진행을 맡은 장준영 심판(39)이 이상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장 심판은 왼손 타자가 들어올 때는 왼쪽, 오른손 타자가 들어왔을 때는 오른쪽으로 자리를 바꿨습니다.

왼손, 오른손 타자에 따라 위치가 바뀐 장준영 심판. SPOTV 중계화면 캡처

2011년 심판 생활을 시작한 장 심판이 1996년 심판이 된 전 심판보다 경력이 짧아서 생긴 일일까요?

물론 그렇지는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구심이 포수 ‘뒤에’ 서는 형태를 ‘박스(The Box)’, 장 심판처럼 ‘옆에’ 서는 스타일을 ‘슬롯(The Slot)’이라고 부릅니다.

슬롯 포지션을 설명한 심판 매뉴얼.

미국에서는 슬롯 자세가 시야 확보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합니다.

바깥쪽 낮은 쪽 코스까지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슬롯 포지션을 설명한 심판 매뉴얼.

또 이 위치로는 라인드라이브성 파울 타구가 잘 날아오지 않기 때문에 부상 예방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슬롯 자세로 서는 구심이 더 많습니다.

에런 저지의 아메리칸리그 시즌 최다 홈런 기록 경신 순간. 알링턴=AP 뉴시스

한국에서도 장 심판처럼 유행에 민감한(?) 심판이 늘어나면 슬롯 자세도 늘어날 겁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구심이 경기 중에 좌우를 오가는 일이 있다고 해도 너무 놀라지 마세요.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