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형량 잘못 선고된 이정학에 대해 재판부 직권 판단 예정 이승만·이정학, 항소심도 총 안 쐈다고 주장 이정학 "이승만이 형량 이익 취하기 위해 백경사 사건 제보"
21년 동안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승만(왼쪽)과 이정학이 지난해 9월 2일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21년 동안 미제로 남았던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의 범인 이승만(52)과 이정학(51)에 대해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각각 법정 최고형인 ‘사형’과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송석봉)는 21일 오후 2시 316호 법정에서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승만과 이정학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앞서 검찰은 강도살인죄의 경우 법정형량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임에도 1심에서 이정학에게 유기징역인 징역 20년을 선고했고 감경될 경우 징역 7~15년의 형이 선고돼야 하는데 법률적으로 잘못된 선고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특히 재판부가 이정학에게 형량에 대해 묻자 이정학은 “저는 법률에 대해 잘 몰라 1심 선고를 받았을 때 수사 과정에서 도운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내려준 줄 알았다”라며 “백경사 사건과 관련해서는 이승만이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형량의 이익을 얻기 위해 제보했을 것이며 내가 하지 않았다는 것을 거기서 밝혀내겠다”라고 했다.
이후 재판부는 피고인 신문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양 측의 의견을 고려해 검찰의 구형 절차를 진행했다.
검찰은 “돈을 노리고 피해자를 살해한 사건으로 동기가 매우 불량하다”라며 “철저한 계획적 범행으로 수법이 잔혹하고 결과가 엄중하다는 점을 고려해 1심 구형과 같이 선고해 달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승만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과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명령 및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이정학에게는 무기징역과 전자발찌 부착명령,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구형했다.
이에 이정학 측 변호인은 “원심에서도 인정했듯이 주도적인 역할이 아니고 관여도도 상대적으로 낮으며 살인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라며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사건의 실체적인 진실이 파악되도록 수사를 도운 점 등을 참작해 달라”며 선처를 요청했다.
이승만과 이정학은 최후 진술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피해자와 고인에게 죄송하며 유족에게 사죄드리고 싶고 어떠한 형량이 내려지더라도 참회하고 반성하며 살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21일 오전 10시 30분 이승만과 이정학에 대한 선고를 이어갈 방침이다.
앞서 이승만과 이정학은 지난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께 대전 서구 둔산동 소재의 국민은행 충청지역본부 지하 1층 주차장에서 은행 관계자 3명이 현금 가방을 내려 옮기는 순간을 노려 권총으로 협박, 3억원이 들어있는 가방 2개 중 1개를 챙겨 달아난 혐의다.
이들은 범행에 사용할 권총을 구하기 위해 범행 약 2달 전 대덕구 비래동 골목길에서 혼자 순찰하던 경찰관을 훔친 차량으로 들이받은 뒤 권총을 탈취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범행 당시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의 진술, 이정학이 범죄 전력 등으로 병역을 마치지 않아 총기에 대한 지식이 없었지만 이승만은 수색대대에서 군 복무를 마쳐 총기 사용에 익숙하며 실탄 사격 경험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승만이 총을 쐈다고 봤다.
1심 재판을 심리한 나상훈 판사는 “범인이 양손으로 권총을 감싸며 피해자를 겨눴다는 목격자 진술과 범인이 발사한 탄환이 피해자 몸통 옆 부분과 허벅지 등을 관통한 점을 고려했을 때 범인은 권총의 정확한 파지법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정확한 조준을 위해서는 상당한 사용 경험이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승만에게 무기징역을, 이정학에게는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대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