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에 김준영 위원 해촉·신규 위원 추천 요청 수용했으나 '품위 훼손' 사유에 반발…"투쟁 앞장서" 신규 위원 '투쟁 지원' 김만재 위원 추천…험로 예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경찰과 충돌로 구속된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근로자위원을 ‘품위 훼손’으로 직권 해촉하기로 했다. 노동계는 “비상식적 결정”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고용부는 최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된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법에 따라 해촉해줄 것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청했다고 21일 밝혔다.
앞서 김 처장은 지난달 31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원하기 위해 고공농성을 벌이다 경찰이 휘두른 곤봉에 수차례 맞아 머리에 피를 흘리며 강제 연행·구속됐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 과정 속에서 최임위와 독립된 고용부가 지난 주말 ‘김 처장에 대한 위원 해촉 절차를 진행하겠으니 신규 위원을 추천해달라’고 한국노총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국노총은 내년도 최저임금 법정 심의 기한(오는 29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고, 심의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 고심 끝에 신규 위원 추천을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고용부가 이날 해촉 사유를 ‘품위 훼손’이라고 밝히면서 한국노총은 강력 반발했다.
최저임금법 시행령은 직무 태만이나 품위 손상, 그 밖의 사유로 인해 위원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최임위 위원 해촉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신규 위원을 추천하는 것과 해촉 사유를 인정하는 것은 다르다”며 “품위 손상이라는 것은 노동부의 판단일 뿐이다. 김 처장은 노조 간부로서 하청 노동자의 투쟁에 앞장 서서 투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특히 “고용부의 비상식적 결정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김 처장이 법정구속 상태인 점을 이용해 강제 해촉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최임위 내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규탄했다.
과거 최임위 위원 가운데 기소된 사례는 있었지만, 고용부가 해당 위원에 대해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의 각종 위원회에 직능단체를 대표해 참석하는 위원들을 마음대로 해촉하는 것은 노동부의 월권이며 직권남용”이라며 “위원회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법질서 훼손 행위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한국노총이 신규 위원으로 김 처장의 투쟁을 지원 사격하다 연행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추천하면서다. 구속을 면하기는 했지만, 고용부는 김 위원장에 대해 “공동정범”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고용부는 “그간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한국노총에 현행법상 적합한 위원을 추천할 것을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한국노총은 이에 적극 응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는 상당한 험로가 예상된다. 아직 쟁점 사항인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는 결론도 내지 못한 데다 핵심 쟁점인 ‘최저임금 수준’은 시작조차 못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최저임금 법정 심의 기한(오는 29일)이 임박한 만큼 해촉 제청과 동시에 신규 위원 추천을 요청하는 등 최저임금 심의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