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 사체가 차량에 끼인 모습. 보배드림
접촉 사고로 고라니가 차량 앞 부분에 끼여 있음에도 이를 몰랐던 차주가 음주운전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운전자는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인지한 데 대해 “음주 자체를 하지 않아 음주운전은 아니었다”면서 “‘움푹 팬 곳을 밟았구나’ 정도로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자동차 전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21일 ‘고라니 낑겨있던(끼여있던) 차 차주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앞서 전날 해당 커뮤니티에는 주차된 차량 번호판에 끼인 채 죽어있는 고라니 사진이 올라왔다. 누리꾼들은 고라니가 차량과 충돌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면서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해 몰랐던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거대한 고라니가 차량과 충돌했음에도 인지하지 못한 것을 두고 음주 상태가 아닌 이상 몰랐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추측이었다.
해당 차주라고 밝힌 A 씨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20일 새벽 시간대 대전광역시 동구 산내분기점에서 남대전IC로 넘어가는 도로에서 발생했다. 그는 “(사고 지점인) 산내분기점에서 소리가 크게 난 것도 아니고 흔히 도로에 파인 것을 밟은 듯한 소리만 났다”며 “직접 겪어봤다면 알겠지만 작게 파인 곳을 밟았구나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집에 가서 차를 둘러볼 생각도 안 하고 타이어가 터졌는지 공기압만 체크하고 갔다”며 “출근할 때는 뒤쪽으로 다가와 운전석에 앉았다”고 말했다.
A 씨는 재차 음주운전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지 인지하는 게 늦었다. 정신이 이상하다던가 음주운전자라는 말씀은 삼가해달라”며 “(고라니로 인한) 수리비가 생각보다 많이 나올 것 같아서 머리가 아프다”고 토로했다.
A 씨의 사례처럼 도로에서 차량 접촉 사고로 동물이 다치거나 사망했다면 지역별 야생동물 구조관리 센터에 연락해 사체 처리 등 후속 조치를 해야 한다.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해 동물이 사망했다면 도로교통공사에, 그 외 일반 도로에서 사고가 났다면 다산콜센터(지역번호+120)나 환경신문고(지역번호+128)로 연락하면 된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