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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방’(유사 투자자문 행위가 이뤄지는 온라인 대화방) 때문에 피해 입으셨죠? 저희가 보상해드립니다.”
최근 유사 투자자문업체의 조언대로 주식을 샀다가 손실을 본 A 씨는 지난달 ‘한국소비자원 피해자 보상팀’을 자처한 전화를 받았다. 상담원이 “가상화폐로 손실을 보전해드리는데 현금 환급 절차를 위해 공동인증서 비밀번호를 알려줘야 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실제로 가상화폐 지갑에 ‘테더’ 코인이 들어오자 A 씨는 주저없이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그런데 자신의 명의로 대출이 처리됐다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알고 보니 A 씨가 받은 코인은 실제 ‘테더’ 코인이 아니라 로고가 비슷한 ‘가짜 테더’ 코인이었다.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도 없었다. A 씨는 상담원이 알려준 계좌로 입금한 대출금을 고스란히 날릴 처지가 됐다.
조사 결과 B 씨 등은 ‘리딩방’ 운영 업체 조언으로 투자 손실을 본 고객 명단을 입수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에 콜센터를 차리고 투자 손실을 조금이라도 만회하고 싶어하는 이들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해 사기를 친 것이다. 이들의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에 당한 피해자는 현재까지 파악된 것만 72명, 피해액은 26억 원에 이른다. 이들은 피해자 유형별로 ‘반론집’이란 제목의 시나리오까지 만들어 내부 교육을 하는 철저함을 보였다. 또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쓰면서 매달 사무실을 옮기며 경찰 추적을 따돌렸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