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서울 관악구 관악경찰서에서 황선엽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경찰 60여 명을 대상으로 ‘훈민정음 창제와 역사적 의의’를 주제로 인문학 강연을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학창시절 시위를 진압하던 경찰들 앞에서 강의하니 감회가 새롭네요.”
21일 오전 서울 관악경찰서 5층 강당에선 경찰 60여 명을 상대로 ‘훈민정음 창제와 역사적 의의’에 대한 인문학 강연이 열렸다. 이날 강의를 진행한 황선엽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운전면허 갱신할 일 말곤 경찰서 올 일이 없어서 경찰 상대로 강의하는 게 낯설다”면서도 “시위가 일상이었던 학생 시절과 비교하니 시대가 변한 게 피부로 느껴진다”고 했다.
과거 대학에 대해 사찰과 감시 역할을 주로 하던 경찰서가 최근에는 관내 대학과 협업에 나서고 있다.
경찰들이 강단에 서기도 한다. 김창룡 전 경찰청장은 올 3월부터 서울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로 활동하며 전·현직 경찰 간부들을 ‘팀 코칭’ 수업 강사로 초청해 실제 치안 현장을 설명했다.
총학생회와의 관계도 협력 관계로 바뀌는 중이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올 4월 관악서와 간담회를 갖고 축제 관련 안전 컨설팅을 받았다. 관악서는 총학생회를 통해 치안 수요를 접수하고 지난달 9~11일 축제 때 경비 업무를 보조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앞으로도 치안과 행정에 전문성이 높은 경찰들과 협업하며 더 안전한 대학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